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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승희(2013-01-27 00:10:36, Hit : 887, Vote : 110
 명절

명절  
                                                      오 승 희


내일 모래가 설이랍니다. 금년은 다른 해에 비해 순한 겨울 같습니다만 그래도 대목 밑이라 코끝이 싸하고 손끝이 시립니다. 날도 춥고 시절이 어려워도 명절이라고 술렁이네요. 벌써부터 TV에서는 길이 어디가 막히고 어디가 좀 수월하다고 시간마다 안내방송을 합니다. 고향을 찾아 가는 길이 평상시 걸리는 시간보다 몇 배씩 더 걸리는 고생길이건만 사람들은 추위도 아랑곳하지 않고 크고 작은 선물 보따리를 챙겨들고 발걸음도 가볍게 떠나가네요.

한참 된 일입니다. 그때도 아마 세밑이었을 겁니다. 얼마동안 우리 집 가까이 있었던 먼 동생 벌 되는 아이가 찾아 왔습니다. 그 때 벌써 20대 중반을 넘겼으니 아이랄 수도 없겠지요.  작은 기업체에 취직이 되어 조금은 안정이 되었습니다만, 이 사람은 명절이 되어도 딱히 찾아 볼만 한 친척조차 없는 사람입니다.

“웬 일이야, 잘 지내지?”

“네, 잘 지내요”

짧게 대답하며 웃는 모습이 무슨 일이 있는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아직도 이 일을 계속 하세요.”

그는 마주 앉아 쇼핑봉투를 접는 내일을 거들었습니다.

“세밑이라 바쁘다고 해서, 이것만 하고 일어날 참이야, 조금만 기다려 저녁 먹고 가.”

“아! 아니 예요,  갈 거예요. 그런데 누나, 나 방 얻었어요. 텔레비전도 샀어요. 책상도 장만 했고요.”

단숨에 그렇게 말하는 그는 퍽 자랑스러운 표정이었습니다.

그 동안은 친구 자취방에 더부살이를 했거나 회사 숙직실을 이용했겠지요.  

“그래, 잘 했네.”

나는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명치끝이 잠시 알큰해 왔습니다.

보육원에서 중학교를 마치고 어느 상점으로 보내진 이 아이는 그곳에서 적응을 못하고 방황을 시작했었습니다. 험한 꼴도 당하고 고생도 좀했지요.

어쨌거나 어렵게 군복무도 마쳤고 성실하게 살고 있으니 대견한 일이지요.
  나는 다음 날 일찍 큰집으로 명절을 지내러 가야하기 때문에 틈이 없었지만, 제 방을 보러 가자고 조르는 그의 청을 뿌리치지 못했습니다. 정말로 남들이 들으면 웃을 일이지만 나에게라도 자랑을 하고 싶은 마음을 외면 할 수는 없었습니다.

집은 후암동에 있는 해방촌 이라는 달동네였어요. 까맣게 올려다 보이는 층계를 한참 올라가서 한 길 쪽으로 난 철문에 달랑 자물쇠가 달려 있더군요. 문을 열고 들어가니 방문 앞으로는 조그만 툇마루가 있고 옆으로 간단한 취사도구가 있었습니다. “도둑 괜찮을까” 하는 내말에 “뭐 가져갈 것이 있어요.” 라고 하더군요. 하기야 그렇지요. 이 궁색한 집에 도둑이 든다한들 집어 갈 무엇이 있겠습니까. 출입문이 주인집과 달리 바깥으로 따로 나 있어서 밤늦게 드나들어도 주인집 눈치는 보지 않아도 될 것 같았습니다. 이렇게라도 시작하게 된 것이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큰길까지 배웅을 나온 그에게 나는 대견해서 한 마디 했습니다.

“그래 잘했다 잘했어, 이제 사람만 데려오면 되겠다.”

그런데 그의 대답이 어이가 없었습니다.

“형님과 누님 사는 것 보니까 장가 갈 생각은 없는데요.”

답이 궁색해진 나는 그만 웃고 말았습니다.

“내숭 떨지 마, 니 속 다 알어.”



제대로 영글지도 못한 채 떨어져 바람에 날리는 홀씨 같았던 아이, 세상 어느 모퉁이에 뿌리를 내리느라 정신이 없는지, 요즘은 소식도 뜸합니다.  

자고로 무소식이 희소식이라 하데요.

어디에서 무엇을 하던지 열심히 살아가고 있을 겁니다.

이제는 명절 밑이라도 그리 외로움을 타지는 않겠지요.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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