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자의 빛깔
鄭 木 日
볼수록 삼삼하게 마음을 끌어 당기는 고요의 빛깔이다. 은은히 그리움의 피리소리로 다가오는 눈빛이다.
백자는 화려하거나 호화롭거나 섬세하지 않다. 담담하고 순박하다.
창호지 방문에 투영된 여명의 빛깔, 계곡에서 흐르는 석간수(石間水)의 빛깔이 이러할까. 어느 민족이 한 색깔에만 오백 년의 추구를 보였단 말인가. 그것은 영원의 추구이며 근원의 탐구이다. 빛과 생명의 색이며 영원의 빛임을 알게 된 것이 아닐까.
순백색의 끝없는 탐구는 색을 통한 구도 행위였다. 생명 근원의 빛깔로 백색을 찾아낸 것이며, 깨달음의 빛깔임을 터득한 것이다.
어떻게 백자의 빛깔에 도달할 수 있을까. 만 년 명상을 담고 있는 달빛, 세상을 순식간에 순백으로 바꿔놓을 수 있는 세계에 닿을 수 있을 것인가.
백자의 빛깔은 명상의 끝, 고요의 끝에 있다. 마음의 선(善)에 있고, 텅 빈 허공에 있다. 마음이 텅 비어야 한계가 없어진다. 한계가 없어져야 자유로이 새가 날고 달빛이 내릴 수 있지 않을 것인가.
마음에 티끌 하나 묻지 않는 고요와 평온-. 빛이되 번쩍거리지 않고 은근하게, 마음이되 드러나지 않고 편안하게, 눈짓이되 부시지 않고 부드럽게■■. 흰옷을 입고 순백의 탐구에 오백년을 매달린 것은 영원의 얼굴을 보고 싶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것은 순수 지향의 이상세계를 꿈꾸었던 민족의 마음이다.
순백은 명상의 색이요, 우주 근원의 색이 아닐까. 흰옷을 입고 백자를 보면서 일생을 살았던 조선조의 사람들■. 태어날 때 흰옷을 입고, 관에 들어갈 적에 흰옷을 입고 가는 사람들을 생각한다.
백자를 보면서 이 빛깔은 그냥 얻어진 것이 아니라, 영원 추구을 통해 체득한 깨달음의 빛깔이요 진리의 빛깔임을 느낀다. 백자빛을 얻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얼마나 깊고 깨끗한 마음의 경지를 얻었는가를 알듯 하다.
백자를 보면서 오백년 천년이 아니라, 영원이어야 닿을 수 있는 빛깔을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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