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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白蓮 원화윤
오대산, 월정사 공양간 배식 시간은 11:20분 부터였다. 쟁반에 밥과 반찬을 담는데 스님께서 따뜻한 국과 함께 먹으라며 휴대용 가스 불에 끓는 만둣국을 권한다. 감사한 마음으로 맛있게 배불리 먹었다. 무료로 제공하는 사찰 음식은 밥알 한 알이라도 김치 한 쪽이라도 소중하게 느껴졌다. 행복한 경각심이다. 식사 후 빈 그릇들 설거지도 더 깨끗하게 해야 된다는 책임감이 즐겁다. 설거지를 끝내고 나오려는데 식탁 한 쪽에 콩가루를 듬뿍 묻힌 인절미가 쟁반에 수북하게 담겨있다. 먹음직스럽다. 비닐 팩을 얻어 한 움큼 담아가지고 산행 길에 올랐다.
월정사에서 상원사까지의 거리는 차량으로 약 20분 거리였다. 도로에는 눈이 다 녹았는데 상원사 주차장에는 눈이 얇게 남아 있었다. 행선지인 적멸보궁을 향해 올라가는 계단은 돌계단과 나무계단이었다. 눈에 덮인 계단은 조심스러운 발걸음에도 리듬이 실린다. 한 발 한 발 내딛으며 눈이 쌓인 산들을 둘러보는 마음은 그저 감사하다. 코끝 아린 찬 공기는 멍하던 정신이 번쩍 든다. 기라성 같은 노송들을 보듬듯 앙증맞은 대나무가 검푸른 빛으로 숲을 이루고 있었다. 간 간 지나가는 바람결에 줄지은 대나무들의 몸 부딪히는 소리는 달밤에 흐느끼는 비파 선율을 연상케 했다.
눈이 덮인 산비탈에 예쁜 낙서로 자취를 남기며 올라가는 계단 옆에는 이정표가 반갑다. 이정표 방향을 따라 행선지로 향하는 계단은 끝도 없다. 보이지 않은 계단은 오를수록 숨이 턱에 닿는 힘듦에도 정신은 살얼음 동동 뜬 동치미 맛이었다. 도심 속에서는 감히 상상도 못할 천혜의 보약이었다. 돌과 통나무로 만들어진 굴곡진 견고한 계단은 많은 사람들의 노고가 배어 있었다. 감사한 마음이다. 인기척에 놀랐는가. 이따금씩 목소리만 들려주는 이름 모를 새의 지저귐은 타는 목의 약수였다. 한 숨 고르며 쳐다보니 ‘중대 사자암․적멸보궁’이라는 큰 활자의 현수막이 발걸음을 잡는다.
멈칫, 서서 올려다보니 경건한 목탁 소리가 침잠의 산정을 깨우고 있었다. 목탁 소리가 타는 향 향기처럼 번지는 대웅전 옆에는 매점 겸 찻집이 있었다. 야트막한 지붕 위 굴뚝에서는 솜사탕 같은 연기가 청잣빛 하늘에 수를 놓고 있었다. 통나무 장작이 수북하게 쌓여 있는 옆 미닫이문을 열고 들어서니 훈훈한 방에는 장작 타는 냄새가 구수했다. 몸통이 큰 난로 위에는 두 개의 큰 주전자가 당귀차 향기를 예쁜 입으로 계속 뿜어내고 있었다. 떨리던 속을 당귀차로 녹이고는 끝이 안 보이는 눈길 계단을 가쁜 숨을 몰아쉬며 계속 올라갔다. 상원사에서 약 50여분 만에 행선지 적멸보궁에 도착했다.
적멸보궁이란 현판이 걸린 작은 법당은 오대산 중앙에 위치하고 있었다. 행선지까지 무사히 올라온 감사함을 정중히 고하고 까마득한 산 아래를 내려다보니 눈이 깔린 겨울 산은 그렇듯 근엄한 정취였다. 그 명상의 미로는 아름다움의 극치였다. 천혜의 경관에 빼앗긴 마음은 마냥 숙연한 행복감이다. 마음껏 충전한 건강에 그저 감사했다. 그렇듯 뿌듯했던 시간임에도 못내 아쉬운 마음은 멈칫멈칫 서성이게 했다. 한 달에 한 번만이라도 장거리 산행으로 잠시나마 산사람이 되리라고 내 안 나에게 조용히 다짐했다. 서산마루에는 해가 중천에 걸렸어도 산그늘은 빠르게 내리고 있었다.
무한 가르침으로 무한 깨침으로 무한 사랑으로 보듬어 주는 산, 도심 속 멀미를 잔재 없이 토해낸 그날, 각종 공해로 찌든 몸과 마음을 실핏줄이 드러나도록 청잣빛 공기에 씻고 또 씻어냈다. 지내 온 시간의 나날 줄을 뒤돌아 볼 수 있는 무한 묵시록에 안겼던 삶 속의 비타민을 재충전한 값진 그 시간, 눈빛만 보아도 서로의 심중을 읽을 수 있는 마음이 따뜻한 도반들과의 동행은 더없이 즐거운 일정이었다. 월정사에서부터 차량으로 도보로 왕복 약 3시간 소요로 안겼던 오대산 산행은 색다른 견문의 보고서였다.
-‘적멸보궁’이란 석가모니 진신사리를 봉안한 사찰의 법당을 일컷는다.
2008. 12.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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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메일로 보내 오신 따뜻한 마음 반갑고 감사했습니다. 희비의 행간 행간이던 오월도 지나고 그새 유월이 활짝 열렸습니다!! 온 산 밤꽃이 만개할 새 달 유월에도 매사 많이 웃으시는 나날 건안 건필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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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멸보궁이란 현판이 걸린 작은 법당은 오대산 중앙에 위치하고 있었다. 행선지까지 무사히 올라온 감사함을 정중히 고하고 까마득한 산 아래를 내려다보니 눈이 깔린 겨울 산은 그렇듯 근엄한 정취였다. 그 명상의 미로는 아름다움의 극치였다. 천혜의 경관에 빼앗긴 마음은 마냥 숙연한 행복감이다. 마음껏 충전한 건강에 그저 감사했다. 그렇듯 뿌듯했던 시간임에도 못내 아쉬운 마음은 멈칫멈칫 서성이게 했다. 한 달에 한 번만이라도 장거리 산행으로 잠시나마 산사람이 되리라고 내 안 나에게 조용히 다짐했다....'-본문에서-
감사합니다. 수필가 원화윤시인의 수필을 감상하니 천혜의 경관을 함께 구경하는 느낌이 들고, 몇해 전인가 월정사에 갔을 때의 추억이 피어납니다. 원화윤 시인님, 반갑습니다. 항상 건필, 행복하소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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