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질의 견문
白蓮 원화윤
2008년 06월 23(월) 아침,
출발 시간을 임박해서 집결지에 도착했다. 출발 시간 몇 분 전, 시장님에 이어 시의원님 문화원 원장님의 인사말씀과 유적답사 일정에 대한 국장님의 소개가 있었다. 설렘을 실은 버스는 중부고속도로에 이어 영동고속도로와 중앙고속도로를 거쳐 31번 국도를 타고 약 40:00시간 소요로 태백시에 도착했다. 청잣빛 하늘에 활짝 핀 기분은 나뭇잎 색깔이다. 잡다한 일상에서 벗어난 창밖 세상은 묵은 채증까지 뚫린다. 푸름의 산하는 활력의 충동을 부추기는 묵시록이다. 청록의 터널을 뚫는 버스는 무한궤도를 거침없이 밀어낸다.
청춘의 계절인 유월 산에는 잔설이 내린 듯 밤꽃이 한참이었다. 비릿한 밤꽃향기가 느껴진다. 청경 같은 하늘에 목화솜구름의 눈부신 조화며 진초록융단은 녹즙 맛의 쾌감이다. 봄부터 피는 산꽃들 중에 칠월을 바라다보는 시기에 피는 밤꽃, 그 향기는 청상의 고쟁이까지 넘본다고 하지 않던가. 그렇듯 아리송한 향기가 맺은 열매, 밤, 밤은 생률이나 황률로 다람쥐나 청솔모의 겨울 내내 비축양식이 아닌가. 인간들에게까지 무한 보시하는 밤나무는 음으로 양으로 존재가치에 의미를 부여하는 산동네 유지가 아닌가. 칠월이 목전인 유월 말경의 산은 온통 밤꽃 축제다.
저만치 두부 판 같은 무논에는 그새 모포기가 초록빛으로 살지고 있었다. 하루가 다르게 푸름의 물결은 쑥쑥- 토실토실 논두렁을 덮으리라. 천재지변의 눈총 속에도 결실을 향해 고뇌하며 본분의 역할에 충실하리라. 논배미여기저기에 먼산바라기 하는 정물화 같은 왜가리, 청백의 조화미는 전원의 아름다움이요. 더없이 평화로운 전경, 그 맛깔스러운 운치는 시야의 미각이다. 자연의 미색은 묵언 그 자체다. 재천을 지나니 산비탈 요소요소에는 고랭지배추밭이 이루 헤아릴 수 없는 대단지였다. 논이나 밭이나 파종에서 모종까지 출하까지의 노고를 생각하니 농민들에게 그저 감사한 마음이다. 10:20분 경, 행선지 태백 땅을 밟으며 일정의 첫 코스 용현동굴에 도착했다.
‘용현동굴, 태백시 회전동 산47-69번지 백두대간의 중추인 금대봉 하부능선 해발 920m에 위치하고 있으며, 동굴 깊은 곳에 임진왜란 때 피난했다는 내력의 붓글씨가 있었다고 한다. 또한 이 동굴은 의병의 본부역할도 하였고, 국가반란 때마다 피난처로 사용되었다고 전해진다.’ 동굴의 현황, 전장 : 843m, 위치표고 : 해발 920m, 구조 : 4개의 광장, 순환형 수평굴, 연평균기온 : 9.1℃~11.9℃, 내부습도 : 55%~70%, 서식식물 : 관박쥐 등 38종, 관람소요시간 : 40분. 동굴생성물, 동굴 내에는 중유관, 종유석, 석순, 유석, 동굴산호 등 다양한 종류의 동굴생성물이 성장하고 있다. 특히 동굴 내에는 백색, 갈색, 흑색 등 다양한 색을 띠는 동굴생성물이 있으며 이는 동굴 속으로 침투되어 동굴생성물을 형성한 지하수의 성분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다양함을 나타낸다.‘
새하얀 안전모는 참 예뻤다. 급경사 계단을 타는 동굴은 들어갈수록 음습했다. 온 몸을 감싸 안는 축축한 습기는 지상의 공기맛과는 사뭇 다른 맛이었다. 밤 속 밤무대를 연상케 하는 동굴 속 축제, 요소요소에 배치된 꿈결 같은 조명이며, 간헐적으로 분출되는 각색 분수 춤의 행렬은 가히 황홀경의 극치였다. 더듬거리는 발길을 멈추게 한 흔적. “아, 이럴 수가”, 석순에 상처가 여러 군데 있었다. 세월의 테가 빚은 동굴의 자부심, 태곳적 신비를 훼손시킨 손버릇에 내심 부끄러웠다. 귀중한 자료를 보존해야 할 의식의 부재가 참으로 아쉬웠다. 개운치 않은 마음은 축축한 습기를 느끼며 11:40분 경, 다음 코스 검룡소에 도착했다.
‘검룡소, 민족의 젖줄, 514km 한강의 발원지이다. 1987년 국립지리원의 인공위성도상 실측 결과, 이곳이 우통수류임이 밝혀졌다. 둘레 20m의 못에서 하루 2~3천 톤의 물이 용출하고 있다. 오랜 기간 동안 검용소에서 흘러나온 물줄기가 폭 1~2m, 깊이 1~1.5m의 꼬불꼬불한 침식유로를 만들었는데, 그 모습이 마치 용이 거슬러 오른 듯한 모습을 하고 있다. ’서해의 이무기가 용이 되기 위해 한강을 거슬러 검용소에 오르다 생긴 흔적’이라는 전설이 있다. 검용소에서 솟아나는 물줄기는 정선의 골지천, 영월의 동강, 단양, 충주, 여주로 흘러 경기도 양수리에서 북한강과 합류한다. 그리고 서울을 관통하여 임진강과 만난 뒤 서해로 들어간다.
도보로 왕복 50여 분 거리라는 검룡소는 비포장도로다. 기라성 같은 전나무들의 밀집에 한 뼘 밖에 안 돼 보이는 하늘은 다양한 모양이다. 빽빽한 전나무들이 도열한 산책로는 이야기가 가득한 성전이었다. 산굽이를 휘도는 명주자락 물살은 산 빛깔만큼 힘찼다. 기암괴석에 덮인 물먹은 돌옷은 진초록 벨벳을 연상케 하리만치 정신이 맑아지는 눈부심이다. 세월의 테가 빚은 자연의 특권은 과묵한 묵시록이었다. 산은 매사 어눌한 삶 길에 깨지지 않는 거울이요. 행복한 그리움이다. 맑은 새소리와 힘찬 물소리와 벗하는 산책로는 더없는 삼림욕장이었다.
13:40분 경, 예약한 식당에 도착했다. 점심 메뉴는 신토불이 식단이다. 그 식당의 추첨 요리는 검은콩으로 만든 순두부란다. 거무스름한 순두부백반에 매콤한 부추겉절이에 구수한 시래기볶음이며 종지만한 뚝배기에서 뽀글뽀글 끓는 쌈장은 토종 맛이었다. 옹기방구리에 쪽박이 동동 뜬 동동주는 달착지근하고도 담백해 어머니 손맛을 연상케 했다. 산지의 잡곡 검정콩으로 끓인 순두부백반은 기행의 분위기에서인지 또 다른 별미였다. 좀 늦은 점심식사는 음식 맛도 인심 맛도 더 정겨웠다. 뿌듯한 포만감으로 14:30분 경, 다음 코스인 도립공원으로 향했다.
‘태백석탄박물관, 1997년 05월 27일 개관, 건축연면적 : 6,683.53㎡(2.021.77평), 전시면적/ 옥내전시면적:2,132.㎡(654.1평), 옥외전시면적:7,907㎡(2,391.9평), 지하전시면적:1,537㎡(465평), 지상옥내전시실:7실(통로4개소), 지하전시실:1실, 옥상공원 및 전망대:2개소, 옥/야외전시장:2개소/ 1개소, 동선길이:1,337m(실내774m, 실외563m) 석탄은 우리나라의 유일한 부존 에너지자원이므로 국민생활 연로 공급과 국가 기간산업의 중추적인 역할로 국가 경제발전에 크게 기여하여 왔으나, 물질문명의 발달로 그 수효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어 그간의 석탄산업 변천사를 한 곳에 모아 귀중한 역사적 사료가 되도록 하고, 후세들에게 석탄산업 전반에 대하여 이해할 수 있는 학습장으로 활용하고자 태백선탄박물관을 건립’.
석탄을 채취하는 갱도는 들어갈수록 쾌적했다. 상상외였다. 연탄을 찍어내는 수작업의 과정부터 모형으로 제작된 자료들이 현장감을 실감케 했다. 그 당시 광부들의 노고의 실체가 고스란히 증언하고 있었다. 시커먼 석탄가루를 뒤집어 쓴 모형을 응시하노라니 작업과정의 움직임이 환청으로 착시로 다가왔다. 지하 9M라는 갱도를 돌아보는 내내 19공탄 구멍마다 광부들의 피땀의 심혈을 체감케 하는 현장이었다. 연탄 한 장 한 장의 중요성을 절감케 해 그 깊은 갱도에서의 노고에 머리 숙여 감사하는 마음이다. 아울러 오랜 세월 진폐증으로 고생하시는 장기 환자들에게 하루 속히 빠른 쾌유를 빕니다.
새로운 문명에 도달하기까지 난방 수단은 주로 연탄불이 아니었던가. 겨울이면 긴 연통을 뽑은 연탄난로는 필수가 아니었던가. 연탄난로에 구어 먹는 고구마 감자는 휘몰아치는 눈보라에 문풍지도 우는 깊은 겨울밤 야참이요 유일한 간식이 아니었던가. 그 때 시절 정스러운 그 맛을 지금의 시대 맛에 감히 비견이나 될까. 연탄불의 따뜻함은 고향의 향수요. 외할머니 품 속 같지 않았던가. 광부들의 마음 마음이 녹아 든 연탄, 그 연탄불에 “참 신세도 많이 졌었지”, 약 50여 분이 소요된 갱도를 돌아보는 내내 물증인 자료들에 아득한 감회에 젖었었다.
‘단군성전, 해마다 양력 10월03일 날 개천절에는 단군제를 지내고. 음력 05월 02일은 단군의 탄신일을 경축하는 제를 올리고. 음력 03월 15일 날 어천절에는 단군의 기일을 기리는 제를 모신다는 통화의 증언, 매년 봄에 가을에 일 년에 두 번인 단군성전의 연중행사, 단군의 업적을 기리는 다채로운 행사가 거행된다는 단군성전’,
16:50분 경, 도착한 마지막 코스, 도립공원에 위치한 단군성전을 돌아보며 축원과 묵념을 올리고 17:50분 경, 하향 길에 올랐다. 무한 묵시록인 창 밖 세상, 아날로그적 울림인 푸름의 색채는 시각적이나 청각적이나 후각적이나 충전하는 건강에 산해진미의 보약이었다. 다채로운 유적답사, 사색의 오감은 매사 부족한 삶의 행간에 양질인 견문의 깨침이요. 의미를 부여하는 값진 기행이었다. 행복한 포만감은 내년에도 자못 큰 기대, 주최 측 문화원에 심신의 감사를 드리는 바입니다.
2008. 06.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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