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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기환(2007-08-30 21:50:58, Hit : 2862, Vote : 109
 회초리


회초리



吳 岐 煥




산에 오른다.  새벽이면 오르내리는 산길이다.  어둠 속에서도 돌 뿌리나 나무 등걸에 걸리지 않을 만큼 낯익은 길이다.  늘 다니던 길을 벗어나 산등성이를 넘어서 또 내려간다.  얼마 전부터 봐 두었던 싸리나무를 찾아서 가는 길이다.  싸리나무가 무리 지어 있다.  미끈하게 쭉 뻗은 잘생긴 놈 중에서 새끼손가락 만한 것으로 두 서너 개를 골라 밑둥을 잘랐다.  껍질을 벗기고 매끄럽게 다듬었다.

잘 다듬어진 싸리나무는 훌륭한 회초리가 되었다.  올해 여섯 살 된 손자 놈의 통통한 종아리를 떠올리며 입가에 웃음을 짓는다.  싸리나무 회초리로 왼 쪽 손바닥을 탁-탁- 때려 본다.  때리는 강도에 따라 통증도 달리 느껴진다.  손바닥에 느껴지는 통증은 어린 시절로 나를 데리고 간다. 우리 집 사랑채는 밤늦도록 글 읽는 소리가 들렸다.  아버지는 사랑채를 서당으로 쓰면서 동네 아이들에게 천자문, 동몽선습언해 등을 가르쳤다.  과객으로 몇 달 혹은 일년이 넘도록 묵고 있는 생원들은 자연스럽게 조교가 되었다.





4형제 중 막내이신 아버지가 41세에 나를 막내로 얻으셨단다.  할아버지는 내가 태어나기 훨씬 전에 돌아가셨다니 아버지는 할아버지 같은 아버지였다.  또한 내 나이 13살 때 아버지가 돌아가셨으니 우리 집 아이들에게도 마찬가지인 셈이다.  나는 서당에서 조교인 송생원한테 천자문을 배웠다.  대 여섯 살 때였다.  서당에 갈 때가 되면 요리조리 핑계를 대며 결석을 자주 했다.  







송생원은 선반 위에서 새끼손가락 만한 회초리를 꺼내 들고 바지를 걷으라고 하셨다.  엉거주춤하고 서 있는데 회초리로 마루를 후려쳤다.  또 쳤다.  회초리는 두 동강이 나고 말았다.  나는 자지러지게 울음을 터트리고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그 뒤부터는 응석도 줄어들고 말썽을 부릴 때면 송생원한테 가자고 하면 꼼짝을 못 했다고 한다.







회초리 사건이후 응석과 결석이 줄어든 것은 송생원의 덕분이라고 생각하신 아버지는 '아이들은 바꾸어 가르쳐야 한다'고 환하게 웃으면서 송생원을 더 가까이 하셨단다.  송생원으로 하여금 매의 권한을 대리 행사하게 하여 효과를 보신 것이다.  할아버지 매의 권한까지도.  




나에게는 관대했던 아버지였으나 형님이나 누님들이 잘못하면 지팡이로 마루를 두들기면서 호통을 치셨다.  그럴 때면 불던 바람도 멈추고 천지가 고요해 지는 듯 했다.  아버지의 노여움이 한 고비 넘겼을 즈음에서 어머니는 모두가 내 잘못이라고 하면서 자식들을 치마폭으로 감싸셨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일이다.  2학년에서 3학년으로 월반한 터라 우쭐한 기분이었다. 같은 반 친구가 나를 괴롭혔다.  책을 숨겨 놓는가 하면 걸상에 앉으려는 순간 걸상을 뒤로 치워서 엉덩방아를 찧게 만들기도 했다.  공부만 잘하면 제일이냐고 하면서. 아이들은 엉덩방아를 찧는 것을 보고 까르르 웃었다.  벼르고 벼른 끝에 선생님 지휘봉으로 그 친구 등허리를 후려치고 또 후려쳤다.  마루바닥에 나동그라졌다.





  우리는 교무실에 불려 가서 선생님 앞에 섰다.  '일주일동안 교실청소를 하던가 회초리로 손바닥 열대를 맞던가'택일 하라고 하셨다.  한 대, 두 대, 세 대..... 회초리는 손바닥을 가격해 왔다.  옆에 서 있는 친구를 의식하며 입술을 깨물면서 울음과 고통을 참았다.  손바닥은 벌겋게 부어 올라 며칠을 고생한 생각이 지금도 또렷하다.  




그 시절에는 어른의 매, 선생님의 매의 권한은 절대적이었으며 어느 누가 저항할 수 없었다.  그렇게 두렵고 싫었던 매가 오늘날 나를 이만큼 존재할 수 있게 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래서 옛날에 귀여운 자식은 매 한대 더 때리라고 했지 않는가.





나는 일요일이 오면 부자가 된다.  쓸쓸하던 집안에 훈풍이 불어 방마다 문이 열리고, 손자 손녀들이 우르르 몰려다니며 집안을 들쑤셔 놓는다.  세 살 짜리 손녀는 TV에서 음악만 나오면 엉덩이를 흔들면서 어깨춤을 추어 대는가 하면,  여섯 살 짜리 손자 놈은 '사랑은 아무나 하나 눈이라도 마주쳐야지'를 어른 뺨치게 부르고 장난감 핸드폰으로 여자친구 이름을 부르며 전화 놀이도 한다.  




다음은 내 손목을 끌고 간다.  '디즈몬'판박이 껌을  사 달라는 신호이다.  껌을 씹고 내 얼굴에 판박이를 붙혀 놓고 줄행랑을 친다.  뿐인가.  태권도를 한다고 2단 옆차기로 공격해 오기도 하고, 작은아비가 부르면 대답도 하지 않고 있다가는 "왜"한다.  놈을 데리고 설득도 하고 꾸짖으면 "할아버지 바보"하면서 오히려 농담을 걸어온다.  놈이 한말을 미쳐 못 알아듣고 되물으면 그것도 몰라한다.  아예 말을 터놓고 지내자는 투다.  그리고는 주위를 맴돌면서 눈치를 살핀다.  2대가 할아버지를 뵙지도 못 하였기에 놈한테 듬뿍 정을 준 것이 화근이 된 듯도 싶다.  제 어미가 야단을 치면 꼼짝도 못 하면서.




나는 생각해 본다.  작은아비한테나 나한테 버릇없는 언행(言行)은 괘씸죄나 불경죄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더욱이나 제 어미한테는 꼼짝도 못하면서 말이다.  이 괘씸 죄와 불경죄를 회초리로 다스리겠다고 다짐해 본다.  그리고 이번 기회에 내가 제 어미보다 더 높다는 것도 보여주리라.




H호텔 식당에서 있었던 일이다.  옆 좌석에는 사십대쯤 보이는 부부가 칠 팔세 됨직한 남매와 같이 식사 중이었다.  핸드폰으로 여자아이가 큰 소리로 통화를 하면서 포크로는 고기를 연신 입에 넣고 있었다.  순간 포크가 바닥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사내아이는 식사가 끝났는지 벌떡 일어나 식탁을 요리조리 돌기도 하고, 남의 식탁을 툭툭 치면서 노래를 부르며 밖으로 나가는 모습을 부모는 웃으면서 바라보고만 있었다.  식당 이용객의 시선이 집중되는 것도 의식하지 않고.





아이들이 버릇없어진 것은 과잉보호와 어른들의 잘못된 행동이 아이들의 거울에 비추어졌기 때문이 아닐까, 이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어른들은 바른 행동이 존경심으로 이어져야 하고, 아이들에게는 적당히 매를 들어야 한다고 생각된다.




오늘은 일요일이다.  아이들이 기다려진다.  시계를 또 본다.  시계 바늘이 멈춘 듯 느껴진다.  뒷산에서 만들어 온 싸리나무 회초리를 만져 보고 책장 위에다 다시 얹어 놓는다.  얼마 전부터 별러 온 일이다.  오늘은 꼭 거사를 하리라고 다짐해 본다.
초인종이 울리고 대문 밖이 떠들썩하다.  주인공 태석이가 함박 웃음을 웃으면서 앞서서 걸어온다.  오늘은 벼르고 벼른 할아비의 마음도 모르면서.
과연 내가 싸리나무 회초리로 여섯 살 짜리 손자놈의 통통한 종아리를 때릴 수 있을는지....                      



* sysop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7-10-17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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