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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활(2006-06-05 13:06:32, Hit : 4922, Vote : 178
 파회 마을의 연엽주

  


파회 마을의 연엽주 / 구 활

파회(坡回) 마을은 묘골 박씨(본관 순천)의 세거지인 경북 달성군 하빈면 묘동의 자연부락 이름이다. 등 하나를 경계로 북쪽이 본동, 남쪽이 파회이다. 파회는 풍산 류씨의 집단촌인 하회(河回)와 대칭되는 반촌이다. 하회는 강물이 비잉 돌아간다고 물 하(河)자를 썼지만 파회는 언덕이 물굽이 치듯 둘렀다고 언덕 파(坡)자를 붙였다. 파회에는 묘골 박씨의 주손(胄孫)댁이 남쪽의 구봉산과 북의 옥녀봉 사이에 끼여 토담에 골기와를 이고 옛날로 앉아 있다. 사육신인 박팽년을 중시조로 충정공파를 이어온 이 집은 시공의 흐름까지도 잊은 채 나른 한 오후처럼 졸음 같은 날개를 접고 있다.

먼지길 신작로에서 소달구지 한 대가 겨우 지나갈 만한 논둑길을 따라 들어가면 수백년 묵은 소나무 그리고 상수리나무들의 싱그럽고 청정한 잎새들이 불어오는 바람과 찬란한 햇빛에 그 반짝이는 윤기를 토해내고 있다. 나뭇가지 사이엔 청설모가! 재주를 부리고 간혹 어치와 휘팜새가 찾아와 “임 그림자와 우니는” 노래를 부른다. 천여 평 대지가 토담으로 둘러쳐진 곳으로 가까이 더욱 가까이 다가가면 무어라 이름 지을 수 없는 야릇한 향내음이 코끝을 간질인다. 무슨 향기로운 냄새일까? 그 내음 속에는 잊어버린 옛날을 생각나게 하는 어떤 그리움 같은 것이 푹 베어 있는 것 같다.

저승꽃이 비단 폭의 무늬처럼 피어 있는 골기와에서 번져오는 세월의 향기에 외경심이 앞서 대문으로 바로 들어가지 못한다. 남서쪽 쪽문을 밀치니 문 자체가 초인종인 듯 끼익 소리를 낸다. 아무도 없다. 긴 여름을 잘 버텨온 누렁이 ‘사월이’가 컹 하고 짖는다. 주인은 채마밭에 나갔나 보다. 하엽정(河葉亭)이라 양각한 낡은 현판이 붙은 별당 앞 백 평은 실히 됨직한 연당에는 연꽃들이 수줍게 피어 있다. 잎 하나가 아이 우산만한 연잎들 사이에 두어 자 간격으로 피어 있는 연꽃의 색깔은 차라리 부끄러움이다. 부끄러워도 차마 고개를 숙이지 못하는 오만함이 화려의 극치를 이루고 있다.

문밖 향내음의 장본인이 바로 너였구나. 연향은 바람이 일렁일 때마다 큰 덩이를 이뤄 담을 뛰어넘어 어디론가 흘러가는 것이 아닌가. 이 집은 이백사십년 전 조선조 선조 때 지은 건축물로 원형이 손상되지 않아 중요 지방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 연당을 돌아 사랑채가 있는 넓은 마당에는 풀꽃들이 듬성듬성하다. 통나무를 쪼개 이를 맞춘 마루 위에는 삼가헌(三可軒)이란 현액이 세월의 먼지를 덕지덕지 앉혀 그것이 위엄인양 거만하게 걸려 있다. 사랑채 뒤의 안채로 들어가기 위해 쇠빗장을 푸니 담 밑에는 융단처럼 돋아있는 청이끼 특유의 냄새가 고향집 우물 속의 냄새와 너무도 흡사하여 옛을 더듬는 낯선 이의 마음을 더욱 옛으로 돌려놓는다.

안채에는 아무도 사람이 살지 않는다. 낮에는 햇살이 놀다가고 밤에는 달빛과 별빛이 동무하는 곳. 적막이 고요와 더불어 지나온 세월을 손가락으로 셈하며 그렇게 살고 있나 보다. 이 집은 팔대(八代)가 한결같이 집안의 내력을 고고하게 지키고 있다. 마당 어귀 여기저기에 뒹굴고 있는 아름드리 술독과 곳간 옆 고가 빠진 디딜방아, 그리고 처마 밑에 걸려 있는 낡은 삼태기와 소쿠리들이 잃어버린 고향의 그 산천을 그리워하는 이의 눈에는 예사롭지만은 않다.

서쪽 대밭이 유난히 서걱인다 싶더니 둔덕 너머 강 낚시터에서 이 집안의 이십세 손인 주인이 대낚싯대를 둘러메고 들어온다. 그는 홍익대 미대를 나온 미술학도로 한때 교편을 잡기도 했으나 요즘은 선조의 숨결이 살아 숨쉬는 고향으로 돌아와 칩거하고 있는 은자(隱者)다. "연꽃 향내가 참 좋네요." "오래 맡아보면 연향이나 개똥이나 그게 그거지요." 그는 연꽃무늬를 깔고 앉은 부처님 같은 사람일까? 내게 있어 절실한 의미는 그에게로 가면 꽃이 될 줄 알았는데 무의미가 되고 만다. "안채에 있는 술독이 참 크데요." "그 독은 이 집을 지어 본동에서 분가해 나온 나의 칠대조 할아버지께서 손님들을 접대하기 위해 술을 담근 독이지요. 그 독은 육대조 오대조 이렇게 윗대 할아버지 손을 거쳐 나에게로 이어 왔지요." 그도 술꾼인 듯 술독 예기가 나오니 눈에 생기가 돌기 시작한다.

"어릴 때 술이 익는 술독 옆으로 지나다니면 내 키보다 더 큰 독에서 무슨 소리가 나요. 그 소리가 신기하여 나무등글을 받치고 또 키를 키워줄 다른 무엇을 얹어 술독 위로 기어 올라가곤 했지요. 술이 살아 숨쉬는 소리가 바로 뽀글거리는 소리지요. 어느 날은 술독 위로 너무 올라가 진짜 술독에 빠져 버렸지요. ! 그때 참 술 많이 마셨지요. 우리 한잔 합시다." 정갈하게 빚은 매실주를 꺼내 와 눈깔만한 도자기 잔으로 술을 권한다.

"술맛이 참 좋은데요." "할아버지가 살아 계셨으면 연엽주 맛을 보셨을 텐데요." "연엽주라니요." "해마다 이맘때면 연엽주를 담아요. 연잎이 가장 싱싱하고 건강할 때 따다 누룩과 고두밥을 알맞게 물로 비벼 연잎에 싸지요. 가는 짚으로 줄을 꼬아 연잎의 끝을 묶어 햇볕이 들지 않는 처마 밑에 주렁주렁 달아 두지요. 한 사흘이 지나면 술은 익기 시작합니다.." "맛이 좋겠네요." "어린 나는 밀집 빨대를 만들어 할아버지 전용인 연잎 술통에 꽂고 미리 맛을 보지요. 할아버지는 그러는 내가 대견스러우면서도 버릇을 고치신다고 네 이놈! 하고 호통을 치시곤 하셨지요. 술 취한 귀에 어디 그 소리가 들립니까? 우리 한잔 더 합시다." 입에 짝짝 붙는 매실주도 연엽주 얘기를 듣고 보니 맛이 한풀 꺾이는 것 같았다.
"여름이 다 가기 전에 우리 연엽주나 한번 담급시다."
"글쎄요. 내게 삼십촌쯤 되는 이웃의 영감님이 작년까지 연엽주를 담궜는데….
요즘은 병이 깊어 술을 끊었으니,"
한번도 마셔보지 못한 연엽주가 신선들이 마시는 이슬로 빚은
감로주 같은 생각이 들어 한 잔쯤 마셔보고 싶은 충동을 떨쳐 버릴 수가 없었다.

시방 가을은 더욱 깊어 가는데 아직도 지난 여름의 연엽주에의 기억을
도저히 지울 수가 없다.
연꽃의 향기가 진한 그리움의 내음이라면 연엽주 또한 그리운 사람이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할 때 마셔야 할 술이 아닐는지.
오 연엽주여, 그리운 사람이여.



구 활(具活)
경북 경산 하양에서 구문회와 이경순 사이의 3녀 2남 중 맏아들로 태어났다. 매일신문 문화부장 및 논설위원을 지냈다. 에세이집으로는 『그리운 날의 추억제』,『아름다운 사람들』,『시간이 머문 풍경』,『하안거 다음날』,『고향집 앞에서』,『바람에 부치는 편지』 등을 출간했다. 현대수필문학상, 대구문학상, 금복문화예술상, 원종린문학대상 등을 수상했으며, 매일신문에 '구활의 스케치 기행'을 100회 연재했다. 9hwal@hanmail.net




퍼옴 (2009-11-20 22:47:22)  


하늘정원 (2009-11-18 22:50:51)
파회마을,옥녀봉, 어취, 휘팜새,저승꽃,연당...
너무 아름다워 한 편의 산문시를 보는 듯합니다.
연꽃의 향이 그윽한 연엽주~~~
나 역시 그리워지는군요~

은빛여울 (2009-11-20 18:43:51)
향기로운 녹차 마시면서 구활 님의 아름다운 수필
파회 마을의 연엽주를 감상하니 가슴이 뭉클해지
네요. 역시 아름다운 수필을 감상하면 든든하고
힘이 나는 보약 먹은 느낌이에요.
sysop (2009-12-01 19:08:15)  
-이벤트-제 1회 인터넷수필마을, 에세이 아카데미아 네티즌 상

- 구활 작가의 수필 <파회 마을의 연엽주>
(네티즌 독자 3863 회 click)

제 1회 인터넷수필마을,에세이아카데미아 네티즌 상에 구활 수필가의
<파회 마을의 연엽주>가 선정되었습니다. 구활 작가님께 축하드리며,
인터넷수필마을에서 <파회 마을의 연엽주>를 함께 해 주신 네티즌 독자님들께 감사드려요~^^

(작품제목) / (작가) - (등록날짜) - (조회수) - (추천수)
작품보기click~☞파회 마을의 연엽주/ 구활 - 2006/06/05 - 3863 - 63
현재 상금,상패는 없지만 네티즌 독자들이 3863 회 click하신 조회수 자체가 상이니만치,
의미깊다고 아니 할 수 없습니다.
수필마을은 수필가의 공간이기도 하지만 수필애호가의 쉼터로 더 큰 의미를 가집니다.


구활 선생님, 축하합니다! 더욱 문운이 빛나시기를 기원합니다.
구활(具活) 수필가 9hwal@hanmail.net
경북 경산 하양에서 구문회와 이경순 사이의 3녀 2남 중 맏아들로 태어났다.
매일신문 문화부장 및 논설위원을 지냈다. 에세이집으로는 『그리운 날의 추억제』,
『아름다운 사람들』,『시간이 머문 풍경』,『하안거 다음날』,『고향집 앞에서』,
『바람에 부치는 편지』 등을 출간했다. 현대수필문학상, 대구문학상, 금복문화예술상,
원종린문학대상 등을 수상했으며, 매일신문에 '구활의 스케치 기행'을 100회 연재했다.

인터넷수필마을, 에세이 아카데미아는 2004년 6월 3일 출범하였습니다.
정목일 교수님 인터넷수필교실 제자들 동아리 사이트로 태동해
인터넷수필마을로 업그레이드된 웹사이트입니다.
아래는 에세이 아카데미아 웹사이트 5주년 즈음 웹 포털사이트에 홈 등록한 이후에
네티즌독자의 방문이 현저히 늘어난(daum제공) 것을 나타냅니다.

지난 봄 야후 네이버 다음 등에 사이트 등록이 됐습니다.
종종 글 올려주시어 함께 아름다운 수필마을을 일궈 나가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감사합니다.

☞오시는길- 에세이 아카데미아 혹은 수필마을 웹 검색하세요~


*인터넷수필마을 에세이아카데미아 설립자- 정목일 수필가
*자문위원- 정영숙 님, 金寧順 님
*운영위원- 김부순(서기) 허정란(회계,공동시솝) 도월화 sysop(system operator)
네티즌 독자 여러분과 함께 에세이아카데미아 수필마을 운영위원회 올림.

2009년 12월 http://supil.linuxtop.co.kr


퍼옴 (2009-12-01 19:14:56)  


sysop (2009-11-20 16:51:03)
운영위원회 결정으로 -연말 이벤트- 제 1회 인터넷수필마을, 에세이 아카데미아 네티즌 상
발표를 하게 되었습니다.
풍성한 꼬리글로 축하해 주시기 바랍니다. 구활 작가님께 축하드리오며..


정영숙 (2009-11-20 16:52:26)
대단히 좋은 착상이라고 손벽을 치고싶습니다.
상금과 상패가 그리 문제가 아니라
그만큼 (구활 수필가의 '파회 마을의 연엽주')작품을 사랑해 주는
독자가 있다는 것이 큰 상금입니다.
수고많이 하세요. 수필마을은 앞으로 인터넷에서 큰 숲을 이룰 것입니다.
정목일선생님의 은혜입니다.


sysop (2009-11-20 16:57:34)
정영숙 선생님, 격려에 감사드립니다.
정영숙 선배님 덕분이고, 정목일 선생님 은혜입니다.
회원들과 독자들 덕분이구요..^^
날씨가 추워집니다. 건강 유의하시고, 감기들지 마시구요..^^
수필마을에 마실오신 님들, 항상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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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작품을 올려주신 님들께 감사드립니다. 모든 게시물의 저작권은 해당 저작권자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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