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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민용(2019-10-08 13:36:17, Hit : 275, Vote : 50
 밥을 짓다

밥을 짓다 / 서민용
오늘도 떡밥이다. 현미와 찹쌀이 서로 엉켜 떡이 된 밥이다. 당뇨에 좋다는 잡곡밥을 지으려고 어머니는 가마솥을 구했다. 크기만 작았지 모양이나 재질이 옛날 아궁이에 걸려있던 가마솥과 똑같다. 하지만 가스 불에 밥을 하니 매번 죽밥 아니면 떡밥이다.
“이게 밥이가? 떡이가?” 젓가락으로 밥을 뜯으면서 나도 모르게 불쑥 내뱉었다.
“내일부터는 네가 해봐라.” 어머니는 못마땅한 얼굴빛으로 얼마나 잘하는지 보자시며 쐐기를 박았다.
어릴 적, 어머니는 가마솥에 한번 삶은 보리를 밑에 깔고 그 위에 한줌의 쌀을 얹고 다시 고구마를 수북이 올려 장작불로 밥을 지었다. 어머니가 밥을 짓는 것은 마치 목수가 집을 짓듯이 정성을 들였다. 그렇게 지은 쌀밥은 아버지와 나의 몫이고, 보리밥은 누나들과 여동생이 차지했으며, 어머니는 누룽지와 고구마로 끼니를 때웠다.
  당시 여수의 바다 건너 돌산에는 고구마 밭이 대부분이었다. 땅이 척박하고 바람이 드세 고구마만 심었다. 가을이면 배를 타고 건너가 고구마 캐는 작업이 아낙네들의 일이었는데, 그 품삯이 희한했다. 고구마를 캐내어 밭 한가운데 수북이 쌓아놓고 머리에 이거나 양손으로 들고 갈 수 있을 만큼 가져가는 것이 그날의 품삯이었다. 어머니는 허리가 휘도록 고구마를 이고 들고 오셨다.
고구마로는 많은 식구들의 끼니를 이어갈 수 없었다. 어머니는 쌀을 빌리러 옆 동네 친구네에 자주 갔었다. 다시는 가지 않겠다고 번번이 말해놓고는 갈 수밖에 없었다. 그것만인가. 딴 살림을 차린 아버지를 찾아갔다가 윗목에 덩그러니 놓인 호떡 때문에 그 여자 머리채도 잡지 못하고 호떡만 들고 나왔다며 신세 한탄도 하셨다.
어머니의 밥에 대한 한을 생각하면 절대로 어머니께 밥투정을 하면 안 되는 일이었다. 양식이 없어 멀건 팥 칼국수나 호박범벅으로 저녁을 때운 적이 부지기수였다.
어머니에게 밥은 그냥 밥이 아니었다. 그것은 목숨 줄이었다. 자신의 목숨 줄이자 자식 넷의 목숨 줄이었다. 어머니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밥이었다. 밥 없이는 자식을 키울 수 없었기에 어머니는 밥줄에 그토록 매달렸다.
남편의 여자에게 비굴하게 보인 것도, 친구에게 구걸한 것도, 목이 부러지도록 무거운 고구마자루를 이고 온 것도 모두 다 자식들의 목숨을 이어가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었다.
어머니 세대는 ‘밥 짓는다’라고 했다. 그때는 주로 가마솥에 밥을 했다. 부엌에 가마솥 하나 걸어놓으면 다양한 용도로 쓰였다. 밥도 하고, 고구마도 삶았다. 장작불로 짓는 밥이었기에 정성이 필요했다. 온 식구의 생명을 이어주는 중요한 밥이었기에 ‘밥을 짓는다.’라고 했다.
어머니는 아궁이 앞에 앉아 불 조절을 하며 그 밥을 먹을 사람들을 생각했다. 시어머니로부터 자식들까지 식솔들 수보다 더 많은 밥을 지었다. 가마솥 밥은 한번 짓고 나면 다시 하기에는 많은 준비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혹여 손님이 오거나, 멀리 떠났던 피붙이나 옆 동네의 시동생이 불쑥 찾아올지도 몰랐으므로, 밥은 늘 넉넉해야 했지만 쌀독은 화수분이 아니었다. 그래서 밥을 짓는 어머니는 늘 한이 맺혔다.
이제는 대부분 전자밥솥이 밥을 한다. 쌀도 씻어서 파는 것이 나와서 그냥 밥통에 붓고 물만 부으면 알아서 밥을 해준다. 그것도 먹고 싶은 시간에 맞춰서 따끈따끈한 밥을 해주기도 하고 입맛에 맞춰 진밥, 고두밥, 잡곡을 공 들이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되었다. 애써 장작불 앞에서 부지깽이로 들썩이지 않아도 되고, 냄비뚜껑을 누르며 밥이 되는 냄새를 맡지 않아도 되는 시대가 된 것이다. 그래서 ‘밥 짓는다’에서 ‘밥 한다’로 바뀌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그 밥마저 하지 않아도 된다. ‘포장밥’이 나와 언제든지 렌지에 2분만 덥히면 따끈하고 보슬보슬한 밥을 먹을 수 있다. 가정에서의 가장 기본적인 요소인 밥하는 기능이 사라진 것이다. 이제 밥은 해 먹는 것이 아니라 사 먹는 시대가 되었다.
그러나 어머니는 여전히 나를 위해 밥을 짓고 계신다. 어머니의 밥, 평생 목매여 매달렸던 밥, 이제는 전자 밥솥에 그냥 밥을 하면 될 텐데, 더 좋은 밥을 먹이려고 작은 가마솥까지 사 오셔서 밥을 짓고 계신다. 내일은 내가 전자압력밥솥에 부드럽고 보슬보슬한 잡곡밥을 정성껏 지어드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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