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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천	(2007-08-31 09:16:28, Hit : 369, Vote : 30)

핏빛으로 저무는 저녁

*폭염과 폭우와 탈레반 인질로 우리를 지치게 하던 여름이 오늘로 끝납니다.
힘든 한 철을 잘 여미시고 풍요와 추수의 가을을 힘차게 열어가시기 바랍니다.

*사진:바나바 님

 



◈ 핏빛으로 저무는 저녁 ◈

                           -김영천



적포도주 한잔을 철철 넘치게 따랐다
손가락으로 감싸 체온으로 덥혀 마시라는 충고는
아직 잊지 않아 
먼저 그 향을 탐한다

붉은 액즙의 절실한 빛깔이나
떨떠름한 맛,
고혹한 향기까지가 모두
내 혼자 앓아 온 열병과 흡사하구나

거푸 채우고 비우는 잔으로
지금은 이렇듯 혼곤한 취기가 되어
나를 적시는 것은 무엇일까

퀭하니 바라보는 어둠 속을 더듬어
자꾸만 달아나려는 의식을 꼬옥 붙잡고
끊어진 대화를 유도하나 난망하다

그대는 비틀비틀거리며 슬그머니 달아나서는
마침내 깊은 잠 속에 빠지고마는 것이겠지만
잊혀진 듯 남겨진 잔이 
핏빛처럼 명료한 빛깔로 몇 개의 기억을 
그나마 지킨다



시의 향기로 여는 마당-초대합니다^^

△ 살기 위해 꼬리를 치다

▽ 비오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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