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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윤	(2006-01-07 10:26:29, Hit : 467, Vote : 37)

어머니와 월동 준비

어머니와 월동 준비

- 원화윤 -

입동을 지내고 김장 김치를 끝낸 어머니는
미리 손질해 놓은 흰콩을 우물물에 씻어 불려
이글거리는 장작불로 반나절을 끓여 메주를 쑤신다
가마솥 가득 흐물흐물해진 메주콩을 절구공이로 찧어
토막 만하게 만든 메주는 툇마루에서 하룻밤을 재운다
꾸둑꾸둑해진 메주를 열 십자로 묶은 볏짚으로 매어
햇살이 따뜻한 툇마루 추녀 끝에 가지런하게 매달아 놓는다
며칠 후 단단해진 메주를 큰 박스에 볏짚을 켜켜이 깔고
헌 이불을 꼭꼭 덮어 건넌방 윗목 한 쪽에 긴 잠을 재운다
흐뭇한 표정인 어머니는 고사 지낼 준비를 서두른다
따로 챙겨 두었던 멥쌀과 찹쌀과 빨간 팥을 아침 일찍
우물물에 씻어 그릇 그릇 물이 자작하게 담가 놓는다
점심나절이 되면 퉁퉁 불은 팥은 옹솥에 안쳐 끓이고
흠뻑 불은 떡쌀은 돌절구에 빻아 고운 채로 내린다
보드라운 떡가루에 호박고지와 무채를 각각 고루 섞어
간을 맞춘 팥가루 한 켜와 떡가루 한 켜로 켜켜이 채운
크고 작은 질시루는 보기만 해도 배가 마냥 부르다
산그림자를 지우고 굴뚝마다 뽀얀 연기가 피어오르는
이른 저녁 시간이면 이글거리는 장작불에 맛있게 쪄진
구수하고 달착지근한 고사떡 냄새는 온 집안에 가득하다
그제야 한 숨 내쉬는 어머니는 고사떡이 뜸이 드는 시간에
머리 손질과 옷매무새를 정갈하게 하고 묵도한 다음
촛불 밝히고 향불 사르고 막걸리 잔 올리며 고사를 지내신다
시루마다 조금씩 떼어낸 떡과 북어 대가리를 안주로
막걸리 잔을 비우시며 앞 뒤 문지방 밖마다 고수레를 하시는
두 손 모은 축원으로 고사가 끝나면 밤이 이슥해 진다
컹컹- 어둠의 무게를 깨는 개짓는 소리와 함박눈을 맞으며
언니들을 따라서 이웃에 고사떡을 돌리던 생각이 아련하다
반지르르한 쪽진 머릿결이며 단정한 행주치마 옷맵시로
고삿상을 차려놓고 정성스레 소원을 비시던 고우신 어머니
소박하고 인자하신 그 모습 문득- 솟구쳐 속울음을 삼키게 한다
국물이 찡한 김장 김치 맛이며 퀴퀴하고도 구수한 메주 뜨는 냄새며
달착지근하고 구수하고 쫄깃쫄깃한 질시루떡 맛,
정애스럽고 맛깔스러운 어머니 손맛을 추억하게 하는 이 새벽
싸늘한 가로등 빛살에 비추는 눈꽃송이는 그리운 어머니 모습처럼 애련하다.

2005. 12. 11.

△ 순수

▽ 강이 흐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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