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소 뼈다귀
- 원화윤 -
농수산물 공판장은 언제나 활기차다
김장철인 요즘에는
김장 배추와 무가 벼 낟가리처럼 쌓여 있다
정육점에는 핏물에 잠긴
소 내장과 소 뼈다귀가 고무양푼마다 그득하게 담겨 있다
아버지는 김장하는 전날이면
큰 가마솥에 소 뼈다귀를 밤 새워 끓이셨다
긴긴 겨울 반양식이라던 김장 김치,
수백 포기의 김장 김치 국물로 쓸 육수였다
온천수처럼 용솟음치며 밤 새 끓여진
소 뼈다귀는 우윳빛처럼 뽀얗게 우러났다
배추꼬랑이와 소 내장으로 끊인 속대 된장국은
담백하고 구수해 김장하는 날의 별미였다
몇 포기되지 않지만 매년 김장하는 날이면
매사 자상하셨던 아버지가 생각난다
소 뼈다귀를 끓이시느라 밤 새
이글거리는 장작불에 비춰진 아버지,
눈에 어리는 벌겋던 아버지 얼굴은
지나가는 구름 속 달덩이처럼 애련하다
두레밥상에 둘러앉아 두런 두런 먹던 그 정다움,
그 물빛 시절이 못내 그리운 김장철인 요즈음
소 뼈다귀를 밤 새워 끓이시던 아버지를 추억하게 했다.
2005. 11. 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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