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상여와 만가
- 원화윤 -
'이제가면 언제 오나 아니 감만 못하네'
'어 어 여 어 어 여-'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 삶이 좋다던데'
'어 어 여 어 어 여-'
'북만 산천 황천 길이 웬말이란 말인가'
'어 어 여 어 어 여-'
그 때 그 시절 꽃상여 앞에 서서 조령에 맞춰 구성지게 읊어대는 소리꾼의 만가에 갈지
자로 걸어가는 상여꾼들 복창은 목이 절로 메였다. 소리꾼의 만가가 허공을 맴돌고 돌아 울
려 퍼지면 재너머 마을에서도 꽃상여가 나가는 것을 알아차릴 정도로 그 시절 꽃상여는 현
세의 영구차였다. 자박자박 창문을 적시는 봄비에 마음까지 촉촉해지는 늦은 밤, 부친상을
당했다는 친구의 비보를 접하는 통화에서 영구차가 고향에 도착하면 꽃상여로 선산에 모신
다 했다. 향토 장례식 절차를 고수하던 그 시절, 너나 할 것 없이 궁핍해도 네 것 내 것
없이 내일처럼 정스럽고 순박하던 그 인심, 꽃상여 앞에 선 소리꾼의 만가를 추억하려니
참으로 격세지감을 절감케 했다.
2006. 05. 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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