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편지 계절이 한 자락 또 접힌 눈이 시린 하늘에는 가을 향기가 가득 합니다 미식 미식한 가을 향기 멀미에 샛노란 은행잎이 나뒹구는 공원 쓸쓸한 벤치 끝에 울렁이는 마음을 살며시 앉혀 봅니다 비운 마음 털어 내는 은행잎 같은 가슴 시리도록 애처로운 풀벌레 울음소리에 붉게 타는 노을을 안주 삼는 멍울진 가슴 속은 사무친 그리움으로 그렁 그렁한 노여움에 목울대가 터질 듯 아려듭니다 색색 고운 단풍잎 낙엽 비로 흩날리면 거울처럼 잔잔하던 마음 호수에 사정없이 돌을 던지는 얄궂은 가을 아마도 그 가을 향기에는 가슴 깊이 묻어 간직했던 애증을 울컥 울컥 상기케 하는 메케한 취음제가 들어 있나 봅니다 옹이진 그리움에 터져버린 화농을 토닥 토닥 어루만지고 싶어 먼지 쌓인 사진첩을 들척 들척여 한 장 두 장 추억하며 궁금하고 보고 싶던 볼멘 마음을 애련한 가을빛으로 한 자 한 줄 빼곡하게 적어 봅니다 다가 갈 순 없어도 영원히- 배척할 수도 없는 마음 속 향기이기에 떨리는 마음으로 정성스레 봉하여 띄워 봅니다 뜨거운 슬픔으로 흠뻑 적신 그 가을 편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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