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처럼
원화윤
보온밥통을 이용해 청국장을 만들려다 실패했다
실패한 첫 번 시도에 곤두 선 마음은 오기가 났다
성공할 때까지 두 번 세 번 만들어 보리라 마음먹었다
더 기다려지던 장날, 할머니께서 손수 일구셨다는
우리 콩 한 됫박을 사면서 자세하게 여쭤 보았다
“볏짚을 넣고 띠어야 더 잘 뜨고 더 맛있는데....”
다음 장날 볏짚을 가져다주신다는 할머니가 참 정겨웠다
일러주신 할머님 말씀을 참고하며 찬찬히 정성을 쏟았다
만 이틀 한 나절이 되니 달착지근한 토종냄새가 느껴졌다
설레는 마음으로 이불을 젖히고 보니 콩 살결이 변해 있었다
삶아 졌을 때 보다 더 맛있게 보이는 콩을 밥주걱으로
푹 퍼 치켜들고 보니 굵은 거미줄 같은 하얀 실 줄이
콩알마다 줄줄이 달려 끊어지질 않았다 참 신기했다
순간, 맛있는 청국장이 되기까지 조근 조근
자상하게 일러주시던 할머님 모습이 문득 떠올랐다
소금으로 간을 해 참깨 볶으면 찢던 작은 방망이로
찢고 으깨어 대충 빻아 한 번 끓여 먹을 분량으로
비닐 팩에 고이 담아 냉동실에 넣어 두었다
부자가 된 느낌이다 생각할수록 할머님이 감사했다
돌아온 장날, 가지런히 다듬어 오신 볏짚을 받으며
그간 정황을 말씀드리니 “잘 했구먼” 인자하신 미소에
어머니처럼 정겨운 할머님 표 좋은 콩 두 됫박을 또 샀다
생소했던 살림 맛을 또 한 페이지 보듬으니 마냥 행복했다
보글보글- 달착지근 구수한 향기에 입 안 가득 단침이 고였다.
2007. 01. 22.
|
|
Home 詩향기좋은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