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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윤	(2006-12-26 11:28:34, Hit : 326, Vote : 22)

그 감사함

그 감사함

                                                  원화윤


굽이굽이 봉우리마다 깊은 생각에 잠긴 산세
황소가 새김질하는 양지쪽에 암탉이 모이를 찾고
잘도 생긴 누렁이는 낯익은 듯 꼬리로 반겨주고
소박한 생활상의 그림이 추녀 끝 고드름 같은
굵은 핏줄이 두드러진 낡고 낡아 허름한 고가
콩밥이 뜸드는 무쇠밥솥에서는 달걀찜이 익고
이글거리는 잉걸불을 아궁이 잎으로 끓어 모아
이빠진 석쇠에 자반고등어 굽고 장떡도 굽고
들기름에 잰 김도 굽고 뚝배기된장찌개가 끓는
시커멓게 그을린 부엌 뒷문을 나서면 장독대 옆
움막 속에는 배추김치 총각김치 동치미가 별미고
낙엽에 얼음살이 반짝이는 바가지 우물도 정겹고
사랑방 부뚜막에 세월의 테가 무거운 가마솥에는
바싹 마른 삭정이 불꽃에 소여물이 뜸을 들이고
꼬지지한 우물물자 방문 고리 옆 창호지문에 심은
국화잎사귀 한 쌍은 살아 있는 듯 여전히 새파랗고
오후 햇살 놀다가는 창호지문에 쪽유리도 정겹고
잉걸불이 가득한 질화로에 감자 고구마가 익는
사랑방 윗목에는 이불에 쌓인 메주가 맛을 익히고
겨울 살이 찬거리 간식거리가 저장된 무구덩이에는
배추 무 대파 생강 감자 고구마가 겹겹이 가득하고
쇠꼬챙이에 찍힌 무 고구마는 긴 겨울밤의 야참이라
흙과 나무 같은 삶을 인생의 석양까지 평생 반려자로
자연처럼 올곧은 어르신들의 물빛 같은 생활상에서
옹색한 마음 그릇 매사 부족했던 일상 돌이켜보며
동안거에 든 나무 냄새도 마시며 산 숨소리도 들으며
묵언의 가르침 자연 속에서 그리운 부모님 온정 느끼며
온 종일 훈훈한 마음에 행복 담은 금쪽같은 시간의 그 감사함.

2006.12. 20.

△ 송년에 즈음하면

▽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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