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강
원화윤
명주실 실줄 같은 봄 비 반갑던 날 아침, 문득
추억이 아로새겨진 그 강가를 거닐고 싶었어요
조용히 내리는 봄비에 서성여지는 마음은 바빴어요
청바지에 바바리만 걸치고 무작정 대문을 밀었어요
희미한 기억 속 행선지는 알 듯 모를 듯 막연했어요
곰곰 아무리 생각해도 저 혼자는 자신이 없었어요
망설 망설이다가 길라잡이로 친구를 불러냈어요
마당발인 그녀와 동행은 마음이 적이 놓였어요
늘어지는 수다에 마음을 적시던 봄비도 예뻤어요
어느 결에 보고픈 강이 한 눈에 들어오니 설레져요
여전히 푸른 강물은 간질이는 봄비에 자지러져요
소곤대는 봄비에 잠을 깨려는 산지기들을 끼고
한결 같이 여유로운 강 물결은 활력을 주었어요
신청평 휴게소에서 생리현상 해결 차 들른 거기에
조경으로 놓인 군자란 화분 세 개가 목말라 해요
얼른 화분마다 물을 먹여 주니 단숨에 들이켜요
가득 먹여 주고 고운 꽃 피우길 미소로 안녕하고
남한강을 끼고 강촌 교를 건너 강촌 역에 닿았어요
저 만치 산봉우리를 보듬은 안개 띠가 참 포근해요
맑은 생각 고운 얘기가 느껴져 더 좋아하던 봄 강
그녀와 묵은 수다꽃을 피우며 강가를 한 참 걸었어요
어느 해였던가, 고운 꽃들 각색으로 흐드러진 한 봄
실비도 미웠던 그 날, 목 쉰 기적소리 여운에 젖어.
2007. 03.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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