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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천	(2009-01-27 09:25:47, Hit : 330, Vote : 20)

낡은 자루

새 포도주를 낡은 가죽 부대에 넣는 자가 없나니
만일 그렇게 하면 새 포도주가 부대를 터뜨려 포도주와 부대를 버리게 되리라
오직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넣느니라 하시니라 (마가복음 2장 22절)
향기롭고 아름다운 것들을 가득 담는 새로운 날들이 되시기 바랍니다.

*사진 : 조선여우님

 
 



 ◈ 낡은 자루 ◈

                           -김영천


낡은 부대에 담은 술이 이윽고
새어나오고 말듯이
상처를 통해 빠져나가는 것들로
마침내 나는
한 장의 남루한 자루로 남으리라

초라하고 보잘 것 없는 모습으로
당신의 한 귀퉁이에 처박힐 내 영혼을 위해
상처마다 약을 바르고
구멍마다 때우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 하지만
팽팽히 차오르며 터질 것 같던
욕망이나 분노, 슬픔 따위를 주체할 수 없다

더러는 사랑이라 하며
용서라 하며
어떤 상처라도 위로가 되었던 그대여
욕된 삶 한 자루 부려놓고
얼마나 함부로 채워왔던가

풀썩 무너져 내리며
보라 저 아름다운 폐허를.

-목포시문학회 제22집 2008년-



시의 향기로 여는 마당

△ 이 순간

▽ 겨울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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