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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이 김재권

(2007-02-12 22:03:18, Hit : 275, Vote :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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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의 겨울 / 도이 김재권

산사의 겨울 / 도이 김재권

“처사님, 처사님, 눈이 또 와요 눈이요”
불러봐야 대답 없음을 그새 잊었는지
선방의 문을 화들짝 열어젖힌 동자승
“아 참, 처사님은 묵언 수행 중이시지”
짧은 미소의 화답에도 신이 나는지
씨익 웃고는 한달음에 저만큼 뛰어간다

그래 승아, 온 산야에 눈이 내리는구나
산 아래 뜬세상에도 저리 또 오겠거니
솔숲의 눈꽃이 아직 지지도 않았는데
법당 옆 풋장 위에는 또 얼마나 쌓이려나
해우소 가는 길 겨우 길을 내었더니
밤사이 쌓일 눈에 다시 길을 잃겠구나

한 잎 두 잎 버리고 버리어 빈 바랑인
저 떡갈나무에도 다시 눈꽃이 피겠지
이내 눈물이 되어 산간수가 될 윤회전생
허공이 물질이고 물질이 허공이라더니
그렇게 모다 순간에 머물다 가는구나
뜨겁던 영육의 인연도 허상인 것을 보면

-월간「신춘문예」2007년 2월호 발표작-

△ 너

▽ 그대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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