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들 이 교수님 / 도이 김재권
때맞춰 울진에서 올라온 모둠회와 선생이 가지고 오신 운왕죽雲王竹이 어찌나 궁합이 잘 맞는지요. 농도濃度 40도의 짜릿한 기운. 초미初味에 곧 미혹의 술이라 하였지요. 독주도 아닌 것이 감미롭고 빛깔 또한 오묘하니 그 향은 차라리 신선神仙의 곡차인 듯.
모처럼 도이의 정원 목원木苑에서 나눈 정담情談. 음운론학자이신 선생은 오늘 참으로 좋은 가르침을 주고 가시었습니다.
"수승화강水升火降이라, 물은 잔잔하고 고요하니 올리어야 하고 불은 타오르는 것이니 내리어야 하는 것이라."
아, 아 뜨거운 불덩이를 안고 살아가는 이 가슴에 깊이 새기고 살아야 할 진언眞言이외다. 빈들이 외로울까 내외분이 함께 다니시는 것처럼 다음엔 우리 내외가 빈들의 뜰을 방문하리다. 평안한 술자리 기분 좋은 만남에 주도酒道와 주덕主德을 아는 사람과 나누는 술이 어찌 취함이 있겠습니까!
-월간「시와글사랑」2007년 6월호 발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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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신내 대화 Ⅰ / 도이 김재권
무릇 모양이 있는 것은 세상을 살아가는데 반드시 필요한 것이기도 합니다
성불에 오르면 모를까 어느 누구도 물질의 속박에서 벗어날 수는 없습니다
그런가요? 지극히 세상에 얽매인 현실적인 집착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는지
눈에 보이는 것만이 다는 아닐진대 정분이 어디 셈속으로만 되는 일입니까
그래요? 그렇다면, 밥은 뭐 하러 먹습니까? 영육이 맑아야 성필에 이를 터
이 세상 사람 누구든 풀잎에 떨어지는 이슬만 먹고살 수는 없는 것입니다
듣고 보니 일리가 없지는 않습니다. 물질의 축복이 있어야 뭣이든 하겠지요
자칫 궁핍이 지나쳐 마음의 그릇까지 깨는 우를 범하게 되면 아니 되겠지요
-월간「시와글사랑」2007년 6월호 발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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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네게 무엇이었던가 / 도이 김재권
옛정을 다시 만난다는 건
주는 마음만큼 아프다
낯섦을 동반한
오랜 공백의 沈黙
기억에도 없는 사람에게
옛이야기 들려주고
까맣게 몰랐다는 일을
반추해 주는 冬心
아, 아 그 옛날에
나는 네게 무엇이었던가
-월간「시와글사랑」2007년 6월호 발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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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아름다운 유월 되세요!
늘 건강하심과 평안하심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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