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감메리야쓰님 사진
◈ 소반동 풍경 ◈
-김영천
소반동 바닷가에 가면 해무가 한동안 품었다가
떠난 산자락에 하얗게 소금꽃이 피어나곤 합니다
섬들은 희미해지다 다시 제 모습을 들어내면서도
도무지 가까워지지 않는데 마음만은 조급하였던지
갯바람 한 자락이 휑하니 불어갔다 돌아옵니다
언덕받이에 걸터앉아 무연한 눈길로 머언 바다를
바라보던 햇살이 젖은 갯바람을 말리어 널어놓으
면 소금꽃을 피워냈던 부추밭이 일시에 파르르
떨며 일어서고 마을 앞 도로에서는 텅 빈 버스가
잠시 멈추어 새로운 풍경이 되었다가 사라집니다
소반동 바닷가에 가면 누구나 안개에 젖어 더러
하얀 꽃을 피우기도 할 터입니다만 이제는 한 편
의 아름다운 시를 낭송하듯이 저녁 노을이 붉게
지고 있습니다 넝쿨장미가 곱던 마을에 쥐치포
말리는 냄새가 옅은 안개를 이루며 서서히 어둠
이 깔리고 말겠습니다 이제 부추꽃처럼 우수수
별이 떠오르는 마을 위로 짙은 바다 안개가 또
다시 밀려올지도 모릅니다 그 속에서 나 또한
까마득해질 지 알 수 없습니다 소반동 바닷가
에 가면 참, 나는 곧 잘 나를 잊어버리곤 합니다
-목포시문학회 제19집. 2005-
|
Home 詩향기좋은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