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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목월詩	(2006-02-06 13:42:10, Hit : 501, Vote : 33)

아가雅歌

아가雅歌
- 박목월

나는 당신을 잉태했습니다.
나직한 푸른 핏줄 …
성모 마리아가 인자를 잉태하듯
내가 마리아를 잉태했습니다.
그는 조용한 음성
그의 가는 목
그리고 설핏한 구름의 눈매
도란도란 귀에 익은 밀씨의
그 서러운 이슬하늘.

도화가 만발했습니다
그 충만한 가지
당신을 향한
내 모습을 보십시오.
오롯한 누리에 하얀 대낮에
피어오른 환한 촛불 암꽃술
저윽히 꽃잎 하나 이우는데
비로소 마음 한 모 기도로 풀리는데

무성한 당신의 모발
그 풍족한 여유
청결한 당신의 피부
그 청아한 유혹
바람에 불꽃이 깃드는
동굴은 툭 틔어서
크낙한 말씀을
나는 잉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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뻐꾹새
박목월

잠이 오지 않는 밤이 잦다.
이른 새벽에 깨어 울곤 했다.
나이는 들수록
恨한은 짙고
새삼스러이 허무한 것이
또한 많다.
이런 새벽에는
차라리 기도가 서글프다.
먼 산마루의 한 그루 수목처럼
잠잠히 앉았을 뿐 ‥
눈물이 기도처럼 흐른다.
뻐꾹새는
새벽부터 운다.
효자동 종점 뻐꾹새 울음 ‥
모든 것이 안개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인연도
혹은 사람의 목숨도
아아 새벽 골짜기에 엷게 어린
청보랏빛 아른한 실오리
그것은 이내 하늘로 피어오른다.
그것은 이내 소멸한다.
이 안개에 어려
뻐꾹새는
운다.

△ 겨울 연못

▽ 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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