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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이 김재권

(2007-03-13 21:37:04, Hit : 591, Vote : 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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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슴도치 사랑 / 도이 김재권

고슴도치 사랑 / 도이 김재권

큰 딸아이 스물다섯 해 동짓달이던가
난데없이 애완용 고슴도치를 키우고 싶다 했다
처음부터 말리고는 싶었으나
어느 날 불쑥 어린 고슴도치를 집에 데려왔다
무럭무럭 건강하게 자라라는 뜻으로
‘팡팡’이라는 이름도 지었다
이제는 네가 결혼을 할 때가 되었나 보다
그런 즐겁고 유쾌한 생각에
굳이 말리지는 않았지만
문뜩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애완동물 또한 사람과 마찬가지여서
스킨십이 절대적으로 필요할진대
하필이면 가시가 돛인 애완동물이라니
어찌 네 온전한 사랑의 마음으로만
팡팡이를 품어 줄 수 있겠는가 하는
시간이 흐르면서 나도 자연스레
먹이도 챙기고 정을 주려 하지만
그러나 여간 아쉬운 게 아니다
강아지처럼 품에 안아
쓰다듬어 줄 수 있는 것이 아니요
품 안에서 서로 교감을
느낄 수 있는 것도 아니니 대체
어떻게 사랑하며 애지중지할 수 있을까
존재하는 모든 살아있는 영육은
서로 만져야만 느낄 수 있다는 것
사랑은 절대적으로 혼자 바라보는 것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아무리 애완용 동물이라 하지만
서로 보고 느끼고 만지는 살맛에서
사랑이 들고 담뿍 정이 드는 것이 아닐까
오늘도 팡팡이를 바라만 보는 딸아이의
그 외사랑이 얼마만큼 진할지
문뜩 생각해 보는 이 겨울밤이다

-월간「신춘문예」2007년 3월호 발표작-

△ 그 겨울의 백마 이야기 / 상경 // 도이 김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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