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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천	(2005-10-24 08:44:44, Hit : 489, Vote : 29)

잃어버린 혈족

*가을 하늘을 창 밖에 선물로 두고갑니다.
마음껏 안아보세요^^

*사진:안숙자님

 


◈ 잃어버린 혈족 ◈

                           -김영천



길을 걷다가 힘들어
풀밭에 앉아
그 이름도 모를 잡풀들이 어쩐지
잃어버린 혈족처럼
괜히 가슴으로 뜨거워지는 것 있어서요

우리 한 번 족보를 따져보자고
주욱 훑어 올라갔더니요
오오, 우리는 세포막과 미토콘드리아,
리보솜, 리소짐, 골지체
그리고 核까지 모두 똑 같았습니다

얼마나 놀라운 일입니까
얼마나 가슴 뛰는 일입니까

그대로 엎디어 냄새를 맡으며
쓰다듬으며
혼감을 하는 것이니
그대여,
내게도 만일 엽록소가 있었다면
먹고 싸는 일에 더 이상 초연해 할 수
있었을 터인데요

낮은 바람에도 함부로 눕거나 흔들리면서도
마음껏 자유로울 수
있었을 터인데요

이들을 두고 사람들에게 돌아가야 하는 일이
오늘은 내게
참 슬픈 일입니다

-전남문학 2005.가을.54-

△ 가을 엽서

▽ 두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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