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 자 걸음
白蓮 원화윤
아, 첫눈이 내렸다 밤 새 내린 눈은 온통 눈 바다다
눈이 시리도록 부신 이 아침, 문득 그리운 어머니가 보고 싶다
팔자걸음을 걷는다는 어머니 말씀이 늘 뇌리에 박혀 있었다
팔자걸음이 부끄러운 나는
눈이 내린 날이면 눈밭에서 걸음연습을 했었다
장미꽃 몽우리이던 시절, 출 퇴근 시 하이힐 차림 때면
구두 끝을 안쪽으로 모아 걸으려 애를 많이 썼다
밤이면 밤마다 잠자리에 들기 전 부드러운 보자기로
양쪽 무릎과 양쪽 발목을 동여매고 잠자리에 들곤 했었다
그런저런 자가 처방으로 허벅지 안쪽에는 가라앉지 않는
가래톳으로 벌건 사타구니가 늘 얼얼하도록 아팠었다
“엄마 난 왜 팔자걸음을 걸을까?”
“막내야, 팔자걸음은 안장걸음보다 예쁘단다.
사실은 엄마도 약간 팔자걸음을 걷는단다.”
한결 같은 미소로 위로를 주시며 발개진 가래톳에
뜨거운 물수건을 대주시던 아, 내 어머니!
순간, 어머니 손은 약손이었다
별로 심하지도 않는 팔자걸음에 고민하는 막내딸을
어머니는 그렇게 따뜻한 손길로 토닥이며 보듬어주셨다
그 시절, 눈이 내린 날이면 눈밭으로 달려가
두 발이 얼도록 팔자걸음의 정도를 확인하곤 했었다
순결한 성채, 첫 눈이 소복하게 내린 날 아침
쉼터로 향하면서 눈이 부신 눈밭에서 또 걸음연습을 해 봤다
눈밭에 선명하게 찍힌 발자국은 여전히 팔자걸음이었다
어머니 젖무덤 같은 눈밭을 걷노라니 따뜻한 물수건으로
벌건 가래톳을 어루만져주시던 어머니를 추억하게 해 행복했다
사랑하는 부모님이 주신 소중한 나만의 선물
나의 존재를 의식하게 하는 팔 자 걸음을 나는 사랑한다
기꺼이-.
2007. 11.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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