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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윤	(2007-10-25 05:42:51, Hit : 383, Vote : 29)

가을 편지(2)

가을 편지

          白蓮 원화윤

생각에 잠긴 가을이
한 잎 두 잎 다소곳한
벤치에 앉으니
왠지
목울대 치미는 뜨거움에
서성여지는 마음을
끼적끼적 적어보고 싶었습니다

동쪽으로 길게 눕는 그림자를 지운
어둠살이 두터워 지는 이 밤
자지러질 듯 어둠을 적시는
풀벌레 흐느낌에 젖어
빛바랜 사진첩을 사색하노라니
아련한 기적소리 메아리에
찬비에 흠뻑 젖은
플랫폼 등이 주마등처럼 스칩니다

빗줄기 터널로 멀어져가는 기적소리에
펑펑 울던 플랫폼 등을 추억하니
꼬깃꼬깃 깊숙이 꿍쳐 두었던
가슴 속 옹이를 풀어
조바심 나던
그 간 안부 갈피갈피에
쓰라린 아픔을 조심조심 담아
가을 빛깔 편지를 쓰고 싶었습니다

복숭아처럼 발간 미소가 피던
새파란 가슴 속에
홍시를 터뜨린 설렘에게
아픔만 남기고
등을 보인 얄미운 그리움에게
슬픔만 남기고
날아간 가없는 영혼에게
뭐 이렇다 할 사연이 없어도
옷깃 만 스쳐 간 인연들에게까지

슬프도록 아름다운 하늘이 빚어준
색색 빛깔 가을 향기를 채워
황홀토록 타는 놀빛 닮은
짜릿- 혼곤한
홍시 빛깔 사연을 빼곡히 담아
그윽하게 쓴 가을 편지를 띄우고 싶었습니다

세월의 터널 질척한 벽에
문신 같은 뜨거운 슬픔을 채록하고 싶어서.

2007. 10. 08.

△ 어깨 흔들며 살아가야 하는 것

▽ 나는 허물 많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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