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수필문학의 지평
-『에세이포레』 비평-
한상렬 엮음
[프롤로그]
앞서가는 수필을 위하여
한국의 수필문학은 지금 르네상스를 맞고 있다. 1980년대 이후 급작스레 불어난 수필인구는 시인 다음의 숫자이다. 수필문예지 20종에 전국에 산재해 있는 수필동인지의 수효만 131종이다. 바야흐로 아나톨 프랑스가 예언한 수필의 시대이다. 그러나 우리의 수필은 지금 키치라는 대중의 인기를 업은 단세포적인 문화에 탐닉하고 있다. 그래 수필가는 많아도 진정한 수필가는 찾기 어렵다고 말한다.
『에세이포레』는 창간 이후 이런 수필문학의 문제를 제단하고 그 방향을 찾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 왔다. 1983년에 창간하여 30해를 바라보며 연전 문예지로 수필문단 전면에 서 ‘앞서가는 수필’을 지향하고자 새롭게 출항하였다. 그리하여 『에세이포레』가 지향하는 바는 제호 그대로 앞서가는 수필, 새로운 수필의 지향이며, 한국수필의 미래지향적 탐색이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에세이포레』에 발표된 수필이론과 작가론을 한데 묶어 펴내기로 하였다. 이는 창간 30주년을 기념하면서 한국수필문단에 작은 돌이라도 쌓고자 하는 시의적 요건과도 맞물린다.
최근 통섭統攝이론이 회자되고 있다. 지식의 대통합을 일컬음이다. 이 세상 모든 것들은 다른 것과의 조화를 이루며 통합되어 있으며, 문맥을 고려하지 않은 채 분리하면 그들만의 고유한 존재의 이유가 손상될 수밖에 없다고 한다. 에드먼드 윌슨의 이런 통섭이론은 분석과 종합을 의미한다. 냇물이 강으로 환원되지 않듯 진리는 환원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진리들과 합류된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이제는 진정 학문의 경계를 허물고 일관된 이론의 실로 꿰는 이른바 범학문적 접근의 필요, 통섭이 필요한 때임을 알리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전통적 의식에 변화를 초치해야 한다. 시대의 변화에 발맞춰 새로운 패러다임에 익숙해야 한다. 변화를 수용하고 그 변화의 최선봉에서 장벽을 허물고 가로질러야 한다. 사물과 대상을 새롭게 보며 해석하고 의미화해야 할 것이다. 결국 실존의 의미망 짜기는 수필을 수필답게 하는 지름길일 것이다.
이런 『에세이포레』의 일관된 사고가 이 책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 여기 변화에 앞장 선 작가들이 있다. 이들의 이론과 작품론이 한국수필의 발전에 한 몫을 하리라 생각하며 책을 펴낸다. 앞으로 이 작업은 정하지 않고 계속될 것이다. 텍스트가 되어준 작가들에게 머리 숙여 감사하며, 독자 제현의 질정을 기대한다.
2013년 늦은 가을
수봉산 기슭, 눈재 창작실에서
[차례]
프롤로그｜앞서가는 수필을 위하여
제1장 앞서가는 수필론
권대근｜지라르의 <욕망이론>으로 본 본격수필작법
박양근｜문자도問字圖로서 수필의 결속성
배정인｜마술과 마법
신재기｜디지털 시대의 수필에 대한 재인식
오차숙 ｜아방가르드 수필, 미로 속에서 구심점을 찾다
이유식｜새 시대의 수필 소재와 장르 의식
이향아｜수필문학, 새로운 방향의 모색
채수영｜경계境界 수필론
한상렬｜문학문법과 음악문법의 혼용 그리고 대위법적 변용
2. 앞서가는 수필작가들
권현옥론｜한상렬｜지배소dominant를 통한 언어적 낯설게 하기
김가영론｜박양근｜토포필리아로서 바다와 울음의 미학
김성열론｜이남희｜삶의 영원한 토포스topos, 노스탤지어
김애양론｜이은화｜인문학의 창으로 바라본 삶의 프리즘
남홍숙론｜엄현옥｜‘낯선 의미의 중첩’이 퇴적된 사유의 지층
노정숙론｜한상렬｜존재 미학과 소통으로서의 변주
도월화론｜한상렬｜이미지와 함께 살기 혹은 딴죽걸기
박상혜론｜김우종｜인간 존재의 근원적 탐구
서 숙론｜신재기｜상상이 낳은 노이지의 미학
신종찬론｜한상렬｜신종찬 수필의 다원적 텍스트
엄현옥론｜최원현｜따뜻한 응시로 ‘나’를 풀어낸 수필들
오승휴론｜최원현｜바라보기로 삶과 자연의 상생을 통한 존재와 정체성의 확인
오차숙론｜한상렬｜경계 가로지르기의 실험
윤모촌론｜이명진｜담론으로서의 자기 성찰과 수필로 말하기
이명진론｜남홍숙｜약자에게 보내는 갈채
이명진론｜박양근｜경계境界의 시원始原으로서 포구
이은희론｜권대근｜새로운 인식과 구성의 미학
정호경론｜엄현옥｜삶의 연금술로 빚어낸 인생 사용법
정희승론｜한상렬｜정희승의 수필, 그 창조적 상상
조재은론｜신재기｜수필 외연의 확대
한경화론｜박양근｜한경화의 기호「& ․ & ․ & 」, 그 무한성과 다변성
한상렬론｜정여송｜새로운 로드, 평론적 수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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