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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과 표준의 차이
[한겨레 2003-12-29 20:36]
[한겨레] 겨울바람이 불면 으스스할까, 으시시할까 통계를 보면, 표준말로 사전에 올라 있는 ‘으스스하다’보다 일상생활에서 ‘으시시하다’가 더 많이 쓰인다고 한다. 그리고 ‘으시시하다’를 사전에서 ‘으스스하다’의 잘못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표준말은 사회 구성원들이 공통적으로 쓰기에 편해야 한다. 그러나 실제 표준말 규정과 언어현실에는 적지 않은 틈이 있다. ‘걸리적거리지 말고 물러가거라’에서 ‘걸리적거리다’는 표준말 ‘거치적거리다’의 잘못으로 되어 있다. ‘연필로 몇 자 끄적거려 놓았다’에서 ‘끄적거리다’도 표준어 ‘끼적거리다’의 잘못으로 되어 있다. 보기를 몇 개 더 살펴보자. ‘새초롬하니 고개를 숙이고’의 ‘새초롬하다’, ‘어리숙하고 고지식하기만 하다’의 ‘어리숙하다’도 ‘새치름하다, 어수룩하다’의 잘못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실제 사용빈도를 살펴보면, ‘거치적거리다, 끼적거리다, 새치름하다, 어수룩하다’보다는 ‘걸리적거리다, 끄적거리다, 새초롬하다, 어리숙하다’가 훨씬 더 많이 쓰인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이들을 표준말로 알고 있다. 이처럼 언어현실에서 다소 낯설어 보이는 ‘거치적거리다, 끼적거리다, 새치름하다’를 표준말로 강요한다면, 언어 사용자들은 고통스러울 것이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규범과 현실의 차이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일차적으로는 교육을 통해 비표준어를 버리고 표준어를 쓰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보다는 두 말 다 표준말로 삼아 표현의 다양성을 인정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어문규범의 준수가 중요한 만큼, 언어 사용자를 편하게 해 주어야 할 것이다. 이것이 바로 표준말을 잘 가꾸는 방법이기도 하다.
권재일/서울대 교수·언어학 ⓒ 한겨레(http://www.hani.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출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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