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한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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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윤	(2010-04-09 09:16:41, Hit : 469, Vote : 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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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날에

한식날에
白蓮 원화윤

뵈올 당신 생각에 우울한 마음 바쁘던 날
평소에 즐겨 드시던 음식으로 만들어 모신
제사상을 조심히 안고 낯선 유택에 올라갔습니다
산소 앞 넓은 잔디마당에는 잡풀은 왁자한데
산소 양 쪽 철쭉꽃나무는 아직도 잠결이었습니다

질척하게 물로 축인 수건으로
비석과 지석과 산신 석을 고루 닦고
푸석해진 흙을 자근자근 다지며 잡풀을 뽑노라니
뒷짐을 지신 지긋한 미소가 얼비치는
어지신 모습이 눈꺼풀을 연신 껌뻑이게 했습니다

며칠 전까지도 진눈깨비에 세찬 비바람에
냉랭하던 날씨는 잣나무 윗몸을 뚝 꺾어버렸습니다
당신이 심어 키우신 장년의 잣나무가
자지러지는 비명 소리에
얼마나 놀라셨을까 걱정을 했습니다

며칠 동안 가슴앓이 하던 하늘이
파르스름한 속살을 보인 늦은 오전
눈부신 햇빛 살결의 달달한 바람 살결의
향기로움 속에 가슴에 묻은 당신을 뵈었습니다

매사 원만한 당신 마음 같은 한식날 오전
향불 피워 올린 제주 한 잔 음복하면서.

2010. 04. 06.

△ 당신의 사랑은

▽ 높은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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