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아버지 상이 바뀌고 있다는 뉴스다.
이전의 완고하고 권위적인 아버지가 이제 가정적이고 친구 같은 아버지 또는 남편으로 바뀌는 추세라고 한다.
CF를 보면 잘 나타난다고 하니 CF가 세태를 잘 말해 주고 있나보다. 아들의 어깨들 토닥이며 위로하는 아버지, 아이들과 놀아주고 또 아기를 안고 재우며, 아내와 같이 장을 보고 식사 준비를 하는 아내 곁에서 청소와 빨래를 맡아 하는 남자들이 늘고 있다.
여태까지 그들이 누렸던 모든 특권을 내려놓고 아내와 같은 위치에서 많은 일들을 해내야 한다.
그래야 장가도 가고 그래야 살아 남는다. 세상이 그렇게 변했다.
그런데...
우리 집 남자. 아직도 아내 없이는 아무것도 못하는 구시대의 기념물이다. 퇴근 후 자세는 소파에 길게 앉아 있다가 그대로 누워버리는 완전 자동시스템이다.
물도 손에 쥐어줘야하고, 밥을 차려 먹는다는 것은 아예 기대도 말 일이다. 이런 남자들은 가까운 시대에 멸종 될 위기에 처해 있다고 하나 뭐라나???
점차 퇴화되어져 가는 남편의 기초 생존 기능들.
딸의 지청구를 들은 적도 있다.
"엄마는 아빠를 왜 그렇게 길들였어요? "
"글쎄... 살다보니..."
그래서 좀 길을 제대로 들일까 했는데, 얼씨구! 유리 그릇 같이 조심스럽게 다뤄야 하는 귀하디 귀한 몸이 되어 버렸으니...
이전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을 것이다. 타고나 복은 어쩔 수 없나 보다. ㅠㅠ...
뉴스를 같이 보다가 한 마디 했다.
"여보! 우리 집 문에다가 교패만 붙일 게 아니라 '천연 기념물' 명패도 같이 붙여야겠어"
-천연 기념물 거주 지역-
삼성래미안 아파트 436동 1003호
이 시대 마지막 남은 권위적이고 간 큰 남편, 이 강의. 정말 남편의 간은 컸었다. ㅎㅎ
그리고.
이 시대에 어쩔 수 없이 헌신적이 되어버린 아내, 심 은희 ^^*
천연 기념물 1호든 2호든 뭐라 칭해도 좋다.
오늘 내가 그를 위해 뭔가를 할 수 있고 또 그는 그로인해 하루가 건강하고 행복할 수만 있다면 시대를 거꾸로 산들 난 억울하지 않다.
오늘 저녁은 서울에서 회의를 하고 저녁 식사까지 하고 온다고 한다. 내 손으로 해 먹여야 하는데...
"여보, 괜찮아? 피곤하지 않아?"
대답은 항상 정해져 있다.
"응, 괜찮아."
"맨날 괜찮데..."
"ㅎㅎㅎ..."
내 앞에서 항상 괜찮은 남편, 괜찮지 않을 때도 있다는 것 다 안다.
그래도 그 말을 믿고 싶다.
오늘도 하루를 무사히 잘 살았다. 하루 하루가 새롭고 귀하다.
그리고 남편이 더없이 새롭게 느껴지고 귀하디 귀하게 다가온다.
긴 터널을 손잡고 지나 온 동지애다. 그 사랑이라면 끝까지 갈 자신이 있다. 생명의 구름다리를 휘청거리며 건너 온 한 마음이라면 그 마음으로 오늘도 비우고 또 비워 사랑으로만 채우고 싶다.
늦은 밤. 세상 속에서 하루를 맴돈 남편은 내 곁으로 날아 와 날개를 접은 채 곤한 잠에 빠져 들었다. 그리고 내 어깨 위로는 커다란 손 하나가 부드럽게 내려 앉는다.
"그래, 은희야! 잘하고 있다. 그게 내 마음이다. 그게 내 사랑이란다. 나의 마음을 품으렴, 그러면 모든 게 다 가능하단다. 사랑도, 헌신도, 그리고 소망도 하나가 된단다. 사랑한다. 내 딸아~~"
"아멘! 주여~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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