雪夜!
12월 16일 토요일! 강연 한군데, 회원으로 있는 모임 한군데, 동인 시인 시집출판기념회 한군데, 초청받은 모임 한군데, 지방에서 올라오신 문인 축하의 자리까지... 그러나 언제든 그러하듯이 다 참석할 수는 없었습니다. //
어쩔 수 없이 아쉬움과 죄송한 마음을 지니고 집에 들어왔는데, 조금 있으니까 창밖에 눈이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아내 純愛에게 이렇게 말했지요. //
‘순애 씨! 눈이 와요! 눈이! 하늘에서 당신과 나를 축복하느라 이렇게 함박눈이 내려요! 이녁, 우리 밖에 나가서 생맥주라도 한 잔 하시겠어요?’, “오늘 밖에서 약주 한잔 안 하셨나 보네요? 그래요, 같이 나가요!” // 내외가 가끔 들리는 생맥줏집에서 창 밖에 내리는 눈을 바라보며 한 시간쯤 하이트 생맥주를 마시며 눈 내리는 날밤의 데이트...... //
당신 먼저 자구려... 왠지 오늘은 한 번에 내려써지는 시가 울컥울컥 쏟아질 것만 같아! // 맥심 커피 한잔 타서 도이 서재 “木苑” 쪽에서 물끄러미 창밖을 바라보았지요! 저리 깨끗한 눈을 바라보고도 내가 맑지 않다면...? 창밖의 눈 내리는 밤 그 雪夜를 그저 無心으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만한 이 겨울밤입니다...... //
“처사님, 처사님, 눈이 또 와요 눈이요!” 수년 전 산사에 묵언 수행하러 들어갔을 때 동자승 ‘승아’가 외치던 그 해맑은 소리가 다시 들리는 밤. 이렇듯 온 세상에 하얗게 눈이 내리는 밤에 시인의 사람이 잠을 잔다면 왠지 어쩐지 그건 아무래도 예의가 아닐 듯싶어... 아, 아 이렇듯 축복의 눈이 내리는 밤, 이 눈이 그칠 때까지 시인의 사람은 설야의 손님과 하얀 밤을 같이하고 싶습니다! //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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