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I OPINION》
도이 김재권
시인 / 칼럼니스트 / 시문학 강사
2006년 설날에 보내는 기별
혼자만의 명절이 아닌 부모와 형제자매, 이웃과 이웃, 부유한 자와 가난한 자가 더불어 지내는 명절이기를 바란다. 예전 같지를 않아서, 명절이라고 해도 형제자매들이 모두 모이는 가정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언론의 보도는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다. 모인다 해도 서로 속내 없이 만났다 헤어지는 겉치레의 명절이 반복된다면 이는 명절의 전통과 그 본질조차도 사라지게 하는 것이다.
세상을 살다 보면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아 경제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형제자매도 있게 마련이다. 학교 졸업 후 취업을 하지 못했거나, 또는 사업실패와 이혼 그리고 재취업을 하지 못한 이유 등 여러 가지 사유로 명절날 나서기가 부담스러운 사람들은 자연 일가 친척들과 모여 지내기를 꺼린다. 이 험한 세상에 형제자매 모두가 잘 나간다면 별반 문제될 리 없겠지만, 세상의 이치가 어디 다 그러한가? 잘 나가는 형제자매가 있다면, 반면에 잘 나가지 못하는 동기(同氣)도 있게 마련이다. 그러니 이제는 동기간이라도 서로 말을 조심해야 하는 세태이다. 기껏 생각하여 준다고 한 말이 오히려 상대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줄 수도 있고, 더 나아가 동기간의 의(義)를 깨치는 불행한 사태를 가져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하여 동기간에 격(格)을 둘 필요는 없으며, 또 그렇다고 하여 너무 의기소침해 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실의(失意)는 되도록 빨리 걷어내는 것이 자신은 물론 모두에게 득(得)이 되며, 잊을 것과 버릴 것은 미련 없이 떠나보내고 인생의 라이프 사이클(Life Cycle)을 재정비하여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새롭게 정진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동기간의 발길도 끊어질 것이고 가정도 파산되는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삶의 기준은 저마다 다르겠지만, 부부의 연(緣)도 돈 앞에서는 여지없이 무너지는 기막힘을 지난 IMF 이후 지금껏 실감하고 있지 않은가? 좋은 때는 같이 살지만 어렵고 힘든 때는 헤어짐을 실행하려는 냉혹한 세태에 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의 사회가 아무리 금전만능의 시대라 하더라도 그래도 진정한 사랑보다 돈이 더 우선 하지는 않는다. ‘사랑보다 돈이 더 우선’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아마도 진정으로 누군가를 사랑해 보지도, 그 참사랑의 깊이와 넓이를 받아보지도 못했으리라. 돈맛에 꾀인 사람들에게 무슨 진정한 사랑을 바라는가마는, 가슴이 터질 것 같은 사랑을 아는 사람들은 결코 돈의 위력으로 사람을 부리는 일부 부자(富者)들의 삶을 무조건 추종하지는 않는다. 빈자(貧者)가 빈자(貧者)를 돕는다는 말은 가슴으로 느끼는 사랑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혹여 경제적으로나 심적으로 힘들어하는 형제자매가 있다면, 무엇보다 안에서 조용히 감싸주고 소리 없이 베풀어주는 진정한 사랑이 있어야 할 것이다. “사랑이 없으면 소리 나는 구리와 울리는 꽹과리가 되고 사랑이 없으면 내가 아무것도 아니요 내가 내게 있는 모든 것으로 구제하고 또 내 몸을 불사르게 내어 줄지라도 사랑이 없으면 내게 아무 유익이 없느니라”(고린도전서 13:1~3) 사랑이 없으면 결코 아무 유익이 없다는 진리는 불변하지 않는다.
형제자매 중에 혹여 이혼한 사람이 있다면 혼자 살다가 더 좋은 사람을 만나 재혼하든지 아니면 나름대로 싱글의 자유를 맘껏 누리며 사는 방향전환이 필요할 것이며, 혹여 취직을 하지 못한 사람이 있다면 평생에 취직 한 번 못해보고 사는 사람은 없으니 나름의 노력을 더 열심히 하면 되는 것이요, 혹여 사업실패한 사람이 있다면 와신상담(臥薪嘗膽)으로 재기(再起)를 다짐하며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뛰고 또 뛰면 반드시 다시 이룰 수 있는 것이니, 열심히 최선을 다하며 살다가 보면 반드시 길은 열리게 마련이다. 그러니 기죽을 필요는 애초에 없는 것이다.
2006년이 시작되었다. 올해는 제발 긴 경제 불황의 늪에서 빠져나오는 희망의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다. 이제는 한 가정을 꾸려나가기도 참으로 벅찬 시대다. 평범한 소시민들은 맞벌이를 하여도 중산층을 유지해나가기도 어려울 만큼 우울한 시대에 살고 있다. 제 배만 채우다가 마침내 터지기까지 하는 이 나라 부패한 지도자들에게 거듭 말하노니, 이제 더는 속수무책(束手無策)으로 수수방관(袖手傍觀)하지 말고, 최우선으로 국민의 배부터 채워야 할 것이다.
아, 아, 그 비전(vision)의 소리, 그 희망의 노래가 간절히 듣고 싶은 2006년이다. “서로서로 도와서~ 땀 흘려서 일하고~ 소득증대 힘써서~ 부자마을 만드세~ 살기 좋은 내 마을~ 우리 힘으로 만드세~” 힘찬 도약(跳躍)! 그래, 더 열심히 일하자! 지도자도 국민도 모두 함께 나서서 최선을 다하자! 최선을 다해도 마(摩)가 끼면 아니 되는 일이 더러 있게 마련이지만, 그래도 최선이 곧 삶의 희망이다! 그래야, 명절날 오랜만에 만난 동기간의 우애도 더 돈독해 질 것이요, 일가 친척의 만남도 떳떳할 것이요, 더불어 이웃과 지내기도 좋을 것이요, 더 나아가 우리 사회, 우리가 사는 이 나라가 참으로 따뜻하고도 훈훈하지 않겠는가!
-월간「신춘문예」2006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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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새해에도 늘 평안하시고 건강하시기를 축원 드립니다.
-도이 김재권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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