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2)
아가를 기다리는 애달아하던 마음, 드디어 기다리던 아가를 가져 입덧 중이라는 반가운 소식이었다. 국적을 초월한 어려운 여건 속에서 늦깍기 만남이던 그들, 문득 웨딩드레스차림의 아름다웠던 신부모습이 떠올랐다. 지난 해 연말 결혼식에 다녀온 후, 늘 궁금했던 소식 자주 들었지만 계절이 두 번 지난 뒤 그제서야 겨우 만났다. 입덧이 심했나보다 핼쑥해 보여 안쓰러웠다.
그새, 만 오 년이 되었다는 그들의 사업체, 이 년 전부터 매해 중국에서 열린 이벤트행사 때마다 제품이 딸릴 정도로 성황을 이뤘다는 틀 잡힌 사업, 이벤트 행사 때마다 우연의 인연으로 상부상조하던 중국계 사업가와 피차 믿음이 쌓아지는 신뢰감의 교류에서 어렵지 않게 받았다는 공장 건물, 초원시에 위치한 공장이 새 사업체로 확정되면서 부사장인 신랑은 중국문화에 적응하려 이미 현지로 떠났단다.
사업차 부득이하게 집을 비워야만 했다는 신랑, 입덧중인 새댁은 텅 빈 집에서 신랑의 빈자리가 그리도 컸으리라. 입덧을 하면서도 수시로 신랑 곁으로 날아가곤 했었다는 애틋한 그들, 정기 검진 때면 검진 차 한국으로 나와 며칠 동안 집을 지키곤 했었다는 새댁, 입덧이 좀 가라앉으면서 신생아 용품들은 일체 준비해 중국 연길시에 위치한 친정으로 띄어 보내고 아파트는 잠가놓고 그리운 신랑 따라 중국으로 들어갔단다.
공장이며 매장이며 한국사업체에 책임자인 매형은 매달 초면 새 사업체로 왕래하면서 공장설계와 직원채용에 만전의 숙고 끝에 차질 없이 한 업체를 또 설립했다는 그들, 세팅디자이너와 세공직원과 경비원과 주방도우미를 포함해 공장식구가 칠십 여명의 인원이라 했다. 그 중 세공기술자들은 사개월 동안 기술을 연마하여 지난 구월 말경에 개업, 생산된 제품은 현지에만 납품한다고 했다. 일거양득의 국외 선양이 아닌가.
두루두루 기쁜 소식을 받은 지 며칠 후, 구월 중순경에 예쁜 공주를 순산했다는 반가운 소식에 내 일처럼 기뻤다. 새 공장 개업을 며칠 앞두고 새 식구를 얻었다니 큰 박수로 축하할 일이다. 새 사업이 바쁜 그 와중에도 항로로 시간 반 거리의 처가를 며칠마다 날아가곤 했었다는 늦깍기 아빠, 행복에 젖은 그들의 환한 모습이 언뜻 언뜻 스친다. 왜 아니그렇겠는가. 어떻게 만난 인연이며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소중한 아가일텐데…,
그들의 인연은 하늘이 내리신 배필인 것 같다. 매사 이렇듯 물길처럼 순조로우니 말이다. 이 경제불황의 비수기에 현상유지만 해도 다행이다 싶은 시점이 아닌가. 그러함에도 성곽이 쌓아지듯 한 계단 두 계단 탄탄해지는 그들의 사업체, 신용 본위의 대가와 돌다리도 두드려 건너는 빈틈없는 사업수완의 결실이리라. 그들에게는 득 실을 좌우하는 사업의 운도 함께 지켜 주는 것 같은 예감이다.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지난 해 십이월 말경, 약혼식 같은 조촐한 맺음으로 암탉둥우리를 튼 그들, 건강한 신부와 중증지체장애인인 신랑, 본가인 한국에서 처가인 중국에서 결혼식을 두 번씩 올린 국적을 초월한 아름다운 사랑, 처음의 눈빛처럼 석청같은 마음으로 서로의 아픔을 보듬어 씻어주는 삶이길 간절한 마음, 국내외적으로 여전히 궤도를 달리는 신용의 사업체에 박수를 보내고 싶고, 예쁜 아가까지 안은 복된 인연에 순결한 백합꽃이 미소로 꽂힌 노란빛장미 꽃바구니를 안겨주고 싶다.
2005. 10. 30.
원화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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