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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귀순 수필가 별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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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스트 61호 추모특집/ 안귀순 수필가 연보 경남 양산 생 91년 <시와시론> 가을 호에 수필 천료 91년 3월 <월간에세이> 초회추천 92년 5월 <월간에세이>추천완료로 에세이스트 등단 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 이사 한국수필문학가협회 이사 국제펜클럽한국본부 회원 동백수필문학회에서 20여년 동인 활동 부산문인협회 회원 부산수필문인협회 회원 1997, 1 수필집 <초원의 꿈> 2002, 2 수필집 <夜來가 하는 말> 2009, 3 수필집 <꽃은 피고 지고> 출간 2000년 국민일보사 <여의도 에세이> 집필 부산일보, 국제신문 에세이 집필 2004년 제14회 월간수필문학사 주최 <수필문학상>수상 2004년 문예시대 작가상 수상 2010년 제4회 정경문학상 수상 2015년 4월 1일 소천
잠깐만 더 그대로 머물러 달라고 마음으로 빌었다. 하지만 아스라이 비단 금침을 펼쳐놓고 임을 기다리던 수평선은 말없이 돌아눕는다. 전신을 휘감았던 노을의 온기가 스르르 낙조에 밀려가고, 서늘한 어둠이 왠지 쓸쓸했지만 그래도 외롭지는 않다. 저 피안의 사랑은 분명 오늘보다 더 빛나는 내일을 잉태할 것이므로. 경이로운 석양의 뒷모습에 가슴이 먹먹하여 눈을 감으니 해안을 흔들며 등대가 운다. 석양의 무대에 막이 내리고 섬은 소리 내어 울었다. 적막한 바다를 안고 울어대는 저 등대의 몸부림은 고독한 생명들의 절규는 아닐까. 세상에 버려져 외로움을 앓는 것이 어찌 섬뿐이겠는가. 태어날 때도 떠날 때도 사람은 늘 혼자이다. 모체의 강변에서 알몸으로 울었고, 차례로 육친을 보내며 황소처럼 울었다. 아는가. 외로움을 견디기 위해 처절하게 사랑하고, 사무치게 그리워한다. 그 빌어먹을 고독이 두려워 끼리끼리 울을 만들고, 담을 쌓고, 인연에 얽혀 울고 웃는 사람의 역사를. 정 주어 실망하고, 정 잃어 아파하며 등대처럼 울면서 여기까지 왔구나. 외로움을 털어 내기 위해 몸부림치면 칠수록 더 깊은 수렁에 빠져드는 비정한 세상을. 그래도 아름다운 석양으로 가는 길은 고독과의 화해다. 어둑한 숲길을 내려오니 어디선가 비릿한 향기가 목덜미를 잡는다. 이 가파른 섬마을에 누가 밤나무를 심었을까. 파도에 임을 잃고 사랑의 체취 같은 밤꽃 향기를 보듬고 긴 밤을 신음하는 섬 아낙네의 고독이 아릿하게 파고든다. 산다는 것은 고통이 있어 아름답고, 섬이란 외로워서 요조하다.
<석양에 피는 꽃> 부분
부슬부슬 내리는 장맛비에 후줄근히 젖는 줄도 모르고 해안을 서성대는데 탐스런 해당화 한 무더기가 손짓을 한다. 초록의 숲과 뒤척이는 푸른 바다, 하얀 모래밭, 그 위에 펼쳐지는 붉은 꽃, 그야말로 한 편의 드라마다. 어느 수필가는 이 꽃을 일러 전쟁에 쏟아 부은 통한의 피, 그 미망인이 쏟아내는 피울음이라 했다. 바다 건너 명사십리에서 파도에 실려 왔을까. 떠나고 오지 않는 임을 기다리다 한을 품은 사랑의 화신花神인가. 살그머니 얼굴을 묻어 화피花被의 숨결을 들으니 그를 에워싼 까칠한 잎사귀들이 가시 날을 세운다. 당돌한 듯, 수줍은 듯, 해무海霧에 젖어 흐느끼는 두무진 해당화는 우표 없는 편지다. 이 땅의 아픈 역사를 비장하게 품고 있을 혈로 쓴 붉은 편지. 삶이 시들하고 권태롭거든 이 섬에 가 보라 권하고 싶다. 얼마나 세파에 시달려야 흑진주처럼 매혹적인 조약돌이 되는지, 얼마나 그리움을 앓아야 핏빛 고운 꽃으로 피어나는지. 백 마디 말보다 몸짓으로 전하는 존재의 진실이 거기에 있다고. 누가 아는가. 첫사랑의 뜨거운 입술 같은 한 송이 파초라도 만나게 될지. 고독한 해안 절벽의 산꼭대기에만 핀다는 고고한 꽃, 뿌리채 뽑아 바윗돌에 펼쳐놓아도 기어이 꽃을 피우고야 마는 강인한 생명의 화신. 이들이야말로 분단의 모진 세월을 지켜온 백령의 혼일지도 모른다. 그 혼령의 기를 받아 시시하고 권태로운 어제를 훌훌 털고, 용기 있게 일어설 수 있다면 그대는 억세게 운이 좋은 사람이다. <날지 못하는 새> 부분
돌이켜 보니 선생님과의 인연은 수년 전 작고하신 정경선생 덕분입니다. 그 분은 활달하고 추진력이 넘치는 분으로 김종완 선생님과 <에세이스트>를 창간하셨지요. 세심하고 자상한 안선생님과는 절친으로 짝지어 질 운명이었나 싶네요. 덕분에 15년 전 여러 문우들과 즐거운 식사를 하고 갈대가 우거진 석천리 노을 속 강변을 산책하던 날은 새로운 공부모임의 출발점이 되었지요. 그 후로 달마다 한 두 번씩 만나며 뜨거운 글쓰기 공부가 계속되었고지. 그리하여 동인모임 <에쎄피아>도 태어났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입니다. 선생님은 부산 수필계의 어머니 같은 역할을 하셨다는 말을 들었어요. 타지 손님들과 부산을 이어주는 다리 역할을 하면서 따사로운 분위기를 만들어 주셨다는 의미로 이해됩니다. 부산 수필계가 서울, 광주로 뻗어나가고 다른 지역의 문우들이 부산으로 왕래하는 다리, 얼마나 중요한 일을 감당하셨는지 아는 사람은 알지요. 그랬기에 장례식장에는 전국 각지에서 많은 문우들이 모여서 이별을 아쉬워하는 모습을 볼 수가 있었지요. 따스한 정과 배려가 깊은 분이었기에 더 아쉽고 그리워질 것입니다. 인연을 엮어주는 일, 타인에 대한 배려와 자상한 선생님의 인품은 아마도 배냇골 당신의 어머니가 베풀었던 인정 넘치는 사랑을 이어 받으신 게 아닐까 생각되네요. 6.25동란을 겪으면서 당신의 어머니는 인정 많은 분으로 동네에 알려졌고, 이념을 넘어서 젊은 빨치산의 아내가 임신을 하여 힘든 역경을 남모르게 출산까지 배려하셨다는 숨은 이야기들에 감동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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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규련 수필가 9일 별세 [3] |
| ▽ 제15회 ‘수필의 날’ 행사 안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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