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지난 해 일월, 합장으로 모시면서 손을 대지 않은 상석 위치는 한쪽으로 몰려있다. 산소와 상석의 위치가 거북스러워 뵐 때마다 죄스럽고 마음 많이 아팠다. 합장한 산소에 상석을 그대로 둔 것이다. 고인을 모시는 작업이 직업인 사람들이 아닌가. 생각할수록 그분들의 소홀함이 아쉽고 속상했다. 그 긴긴 시간의 나날들에 얼마나 거북하셨을까.
집에서 가까운 거리에 위치한 산소, 울적한 마음 서글플 때면 찾아뵙던 날들, 비뚤게 앉은 상석에 늘 죄스러운 마음 좌불안석이었다. 오늘은 청명일, 꽃봉오리가 팡팡 터질 것 같은 화사한 날씨다. 이른 오전부터 조심스러운 작업으로 산소에 새 잔디도 입히고 상석 위치를 바로 잡아 드렸다. 겨울 내내 심술바람이 몰아다 놓은 잡다한 쓰레기를 주섬주섬 청소한 산소는 깨끗하고도 참 예뻤다. 죄스러웠던 마음 목이 멘다.
일 년 하고도 석 달 만에 바로 잡아 앉힌 상석, 사방을 살펴보니 수평이 근사치하게 산소 쪽으로 기울었다. 위치와 높이를 바로 잡아 앉힌 산신 상석도 수평이 맞질 않았다. 아쉬운 마음 다독이며 준비했던 물로 상석들을 조심조심 깨끗이 씻어 드렸다. 수건질까지 하고 나니 편안해진 마음 감사하다. 상석 양 쪽에 탐스러운 철쭉꽃나무 두 그루를 심어 드렸다.
어제부터 맞춤의 날씨다. 한식 날 아침, 평소 좋아하시던 음식으로 차려 조촐하게 제사를 모셨다. 편안하신 표정에 인자하신 미소가 어른거린다. 튼실한 잣나무를 뒤로하고 내려오는 발걸음은 무거운 짐을 내려 놓은듯 가볍다. 아, 뿌듯하고 든든하다. 이제는 뵙고 싶을 때마다 뵈러 와도 편안한 마음으로 뵐 수 있게 되었다.
매년 봄을 맞이하면 집안 행사인 사초 작업은 소중한 가족애의 깊은 정물을 새삼 절감케 한다. 사월 중순 경 뵙고 싶어 뵈러 산소에 올라가니 철쭉꽃이 활짝 피어 있었다. 아, 행복하다. 반듯하고 깨끗하게 단장 된 산소를 바라다 보니,
2008. 04. 05.
白蓮 원화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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