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
白蓮 원화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시간 속 나날 건 건 예측불허의 각종 사건이 많았던 해였다. 그 와중 나라에 큰 경사를 무난히 치른 뜻 깊은 정해년, 큰 그릇 마음에나 작은 그릇 마음에나 희비에 얼룩졌던 2007년도는 의연하게 저물고 있지 않는가. 그렇듯 슬픔에 갇혔던 고뇌의 해였건만 멈칫 멈칫 한 자락 마음 서성여지는 건 아마도 죄인의 종지부를 찍은 못내 아쉬움의 부끄러움이리라.
밝아 오는 신년 새 해는 쥐의 해란다. 첨단을 달리는 새로운 문명 속, 콘크리트 수풀이 우우죽순처럼 치솟는 지금의 시대, 도심 속에는 이미 사라진 쥐들의 모습은 만날 수 없게 됐다. 야박한 도심에 설자리를 잃어 종적이 묘연한 쥐들, 텅텅 비어 허허로운 빈 논 여기저기에 알곡을 털어 낸 볏짚 낟가리에서나 만날 수 있을지, 수확한 알곡 저장고에서나 만나게 될는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임상실험용으로 의학계에 이바지하며 힘겨워하는 환자들에게 보시하는 예쁜 쥐, 천정이 다산의 산실이던 쥐, 구멍 난 천정에서 검은 쌀 같은 배설물을 포알처럼 이불 위로 쏟아놓던 쥐, 날이 서는 이빨에 서까래를 수시로 갉아대던 쥐, 앙증한 몸뚱이만큼 지혜롭고 민첩한 쥐, 맛있는 간장독에 빠져 놀라신 어머니를 곤란케 한 쥐, 그 쥐의 해를 맞으니 아스라한 상념은 장거리다.
궁핍했던 생활 속 끈끈한 정과 아릿한 향수에 젖게 하는 쥐, 문풍지 우는 겨울 밤, 쥐들의 운동회에 단잠을 설치기 일쑤였던 그 때 그 시절, 꿈결인 듯 생시인 듯 언뜻 언뜻 스치는 흑백 영상의 나래, 쥐와 사람이 한 지붕 안에서 한 식구처럼 지냈다 해도 지나친 과언은 아닐 것이다. 밤이면 밤마다 쥐의 소란에 반기를 들었던 웃지 못 할 일들도 지금의 시대에 서니 그렇듯 애련한 추억으로 정겨워 진다.
첨단을 달리는 새로운 문명에 입각한 현세, 물질만능의 홍수 속 나날의 삶 길, 나 자신부터도 매사 흥청망청 만취된 삶이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코에서 단내가 나고 발톱에 불이 붙도록 쉼 없는 릴레이 경주를 해야 하는 무한 경쟁 속 지금의 시대, 뜻한 바는 일관성으로 박진감 넘치는 추진력인 쥐의 습성, 그 습성은 이기 속 탐욕에 눈 먼 무지함에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종합비탄민의 예가 아닐까.
신년 새 해 2008년도 쥐의 해 ‘무자년’, 새 해 새 아침 새로운 시각에 안길 설렘은 그저 감사하고 행복한 마음이다. 이제 며칠만 보내면 그렇듯 우여곡절도 많았던 정해년은 쓸쓸히 저물겠고, 희망찬 새 해가 열릴 것이니 세상의 자궁을 활짝 젖힌 찬란한 불덩이는 뜨거운 양수를 뚫고 칠흑 어둠을 단숨에 삼키리라. 힘차게 빗장이 열릴 ‘무자년’ 새로 열린 새로운 정권에 거는 기대 자못 큰 쥐의 해,
감사한 마음 저편, 왠지 아쉬움만 남는 정해년 2007년도를 배웅하며.
2007. 12.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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