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수필’ 출현과 의미
鄭 木 日(e-수필 발행인)
2006년 12월 14일, 오전 11시 서울 한국일보 13층 송현클럽에서 ‘e-수필’ 년간 종이 책 창간 출판기념회를 겸한 e-수필 신인당선자에 대한 시상식과 현대문학수필작가회 총회가 있었다.
이 자리엔 ‘현대문학’ 출신 수필가 10여 명이 참석하였고, 카나다에서 온 전영선 당선자를 비롯하여 전주의 이주리, 대구의 이병훈, 광명에서 이동화 당선자가 참석하였다. 조촐한 행사에 지나지 않았지만 ‘e-수필’에 대한 선언은 그 어떤 문학행사와도 견줄 수 없이 선명한 섬광을 발하고 있었다.
카오스의 법칙을 설명할 때 ‘나비의 폭풍’이라는 말을 쓴다. 잔잔한 나비의 떨림이 우주 어느 한 끝엔가 닿아 폭풍을 일으킨다는 효과법칙이다. ‘e-수필’의 출현은 이미 나비의 폭풍이 되어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인터넷 잡지로서의 선도적인 입지를 구축한 이래 벌써 5호를 내고 있다. 인터넷 잡지는 수요자의 입장에서 볼 때 가장 완벽한 구독 요건을 갖추고 있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어느 시간 어느 장소를 가리지 않고 무료로 우수한 작품들을 접할 수 있다는 것은 인터넷 잡지 e-수필만이 지닌 장점이다. 독자들은 비용과 시간을 들이지 않고 좋은 수필을 대할 수 있다. 인터넷시대에 걸맞은 e-수필의 출현은 시대에 부응이자 요구이기도 한 것이다.
아날로그시대엔 ‘글을 쓴다’는 행위가 문인, 학, 지식층의 전유물처럼 인식돼 왔지만, 디지털시대에 접어들면서 사람들은 어느새 인터넷을 치면서 소통하는 방법을 취하게 되었다. 인터넷으로 사고하고 대화하는 소통 방법에 길들여지게 된 것이다. 종전의 소통 방법의 가장 보편적인 방법인 ‘말’ 대신에 현대엔 인터넷에 의한 ‘문장’이 손쉬운 소통 방법으로 바뀌게 되었다는 점이다. 인터넷으로 치는 문장은 현대의 삶이며 그 호흡처럼 되고 말았다. 현대에 있어서 인터넷은 하나의 문명 이기로서의 매체라는 개념을 훨씬 벗어나 현대의 모든 조직과 관계의 소통, 의식과 정신의 교류를 통해 현대의 인간사회를 지배하는 유기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수필이란 한 문학 장르일 뿐만 아니라, 삶의 진솔한 기록이며 여기에 의미와 가치를 부여한다는 점에서 가장 대중적인 문학으로 자리 잡게 된지 오래다. 인터넷 시대에 가장 걸맞는 문학형태로서 수필이 각광을 받고 있다. 요즘 신춘문예 응모작품의 경향을 보더라도 시는 점점 산문시의 형태가 많아지고 있으며, 소설의 경향은 단문화의 경향으로 흐르고 있다. 시와 소설의 문장이 차츰 수필문장 체재로 바뀌고 있음을 보여주는 현상이 아닐 수 없다.
더군다나 한국 유수의 신문인 조선일보는 금년부터 사이버 신춘문예제도를 도입했다. 인터넷시대에 맞는 문학의 앞날을 열려는 의도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응모종목은 디카수필, 스토리, 블로그, 댓글, 4종이다. 조선일보는 이 4종이 미래를 선도할 새로운 문학 장르로 예측했다. 조선일보의 사이버 신춘문예제도의 도입은 타 신문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문단의 비상한 관심을 끌며 앞으로의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조선일보에 앞서 e-수필에선 창간호(2006. 1월)부터 ‘디카수필’을 연재한 바 있다. 현재
‘e-수필’엔 20여 편의 작품이 올라 있는 상태다.
현대문학수필작가회(약칭 현수회)는 ‘현대문학’지를 통해 문단에 나온 수필가들의 모임으로 모두 20여 명에 불과한 소수의 동인체이다. 매년 연간집을 내놓으며 16집을 기록했으나, 금년부터 ‘e-수필’지로 전환하기로 했다. 인터넷 잡지인 ‘e-수필’과 함께 종이책인 ‘e-수필’을 발간함으로써 on 라인과 off 라인, 영상매체와 인쇄매체를 연결하려는 의도인 것이다. 말하자면 입체적인 작전이라 할 수 있다.
인터넷 잡지의 동시성, 속보성, 반복성, 경제성이 있는 장점과 종이책의 기록성, 휴대성, 친밀성의 장점을 결합해 보려고 한 의도이다. 인터넷 시대라고 할지라도 아직 아날로그적인 의식과 삶에 정착돼 있는 세대들이 많기에 소통 방식이 필요했다.
지극히 미미한 시도이긴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시행해 보는 인터넷 잡지와 종이책의 발간 시도는 현대의 삶과 변화에 적응하려는 의도를 담아내고 있다. 우주 어느 곳에서 잔잔한 나비의 날개 짓에 비유될 수 있겠지만, 우리는 ‘나비의 폭풍’이 될 수 있었으면 하는 기대를 가져본다.
처음으로 시도하고 첨단을 걷는 자는 고독하고 고단하다는 걸 알고 있다. 지금 ‘e-수필’이 가는 길이 그러하다. 쉬운 길을 마다하고 남들이 가지 않은 새로운 길을 찾아 헤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행스런 것은 많은 독자들이 호응하고 있으며, 앞으로 인테넷 잡지의 장점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번역 수필들을 올려 세계와의 교감을 얻고자 계획하고 있다.
이제 첫 발걸음을 시작한 데 불과하다. 그러나 시대와 함께 전진하는 잡지로서, 현대인의 삶을 담아내는 가장 최적의 방법과 지혜를 구사하여 삶의 질적인 향상과 인생을 꽃 피우는 새로운 소통의 매체가 되고자 한다.
수필가 및 애호인, 독자 여러분의 관심과 참여만이 이 문학운동을 살리는 길이다. 많은 성원과 구독을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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