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석같이 빛나는 명언집을 내며 . . .
가난한 농부의 둘째아들로 태어나 희망도 꿈도 없던 암울했던 시절. 난 책과 만나지 않았으면 아마도 ‘자살’을 하지 않았을까? 데칸쏘(데카르트, 칸트, 쇼팬하우어)철학에 빠져 허무의 어둑한 그림자가 온몸에 드리워졌다. 이때 한 줄기 빛이 나를 나락(奈落)의 심연에서 구해주었다. 그 것은 바로 ‘Dum sporo sporo’ 였다. 이 말은 고대 로마인들이 매일 습관처럼 되뇌었던 ‘숨이 붙어 있는한 희망을 버리지 말자!’라는 명언(名言)이었다.
시골에서 자라며 소년시절에 처음 만난 명언은 프랑스의 영웅 ‘나폴레옹’ l‘내 사전에는 불가능은 없다’ 였다. 난 이 말을 마음속 깊이 담아 훌륭하고 유명한 작가의 꿈을 키우며 열심히 노력했다. 그래서 나는 시골마을 앞산에 올라 이렇게 소리를 쳤다.
“김우영은 작가가 될 것이다. 나에게는 불가능은 없다!”
이후 동서고금의 수 많은 책과 만나고 글쓰기를 부지런히 했다. 고향의 산이나 강가를 맴돌며 책이 손에서 떠나질 않았다. 누런 종이에 연필로 글을 쓰고 지우고 다시 쓰곤하는 반복의 작업을 했다.
소년시절에서 문학청년시절로 넘어갈 즈음에는 ‘안병욱 교수님’의 명언을 만났다. ‘책 속에는 진리의 말씀이 있고, 슬기의 샘터가 있고, 이론의 공장이 있고 뮤우즈의 노래가 있다.’
또 박목월 시인의 짧은 어록은 나를 책 속에 빠지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책을 읽는 다는 것은 그것에게 지식을 얻으려 하는 공리적인 목적보다 그것을 즐긴다는 일이다. 책 속에 펼쳐있는 무한의 공간 속에서 함께 살면서 그 것과 더불어 영원을 호홉하고 열중하고 정신을 집중한 연후의 흐믓한 충만감 그 것이 독서의 목적이요 즐거움인 것이다.”
철학자 ‘플라톤’은 ‘대화는 민첩한 사람을 만들며, 필기는 정확한 사람을 만들고, 독서는 해박한 사람을 만든다.’ 고 했으며, ‘아리스토텔레스’ 는 ‘학문은 번영의 장식이며 가난의 도피이며 노년의 양식이다.’고 말하며 나를 더욱 글 쓰는 풀물든 영창으로 가두어 놓았다.
스무살 후반으로 성장하여 문학소녀였던 아내 ‘김애경 수필가’와 만나면서 독신인생을 꿈 꾸었던 나의 가치관이 바뀌게 되는데 이때 만난 명언이 서양의 철학자 ‘소크라테스’ 이다.
“아암, 결혼은 해야지. 좋은 아내를 얻으면 행복하게 되고 또 악처를 얻으면 철학자가 될 수 있으니까.”
소크라데스는 기어히 당시 문학회 회원이었던 미스김(지금의 김애경 수필가)으로 하여금 나를 낭군으로 맞는 문학적 ‘가시버시(부부)’로 만들어 버렸다.
지금도 우리 가시버시의 풀리지 않은 숙제가 하나 있다. 총각 처녀시절 문학동인회를 함께 하면서 우연, 필연적으로 발생한 사건인 동금(同衾-처녀 총각이 한 이불속에서 자는 말)’의 진위를 밝히지 못하고 있다.
“내가 먼저 꼬시었나? 자기가 먼저 꼬시었나?”
1987년 한국문단에 등단하면서 나의 작가관이 성립된 명언이 있다. ‘돌이 되려거든 자석이 되고 사람이 되려거든 사랑하는 사람이 되라.’ 는 말이다. 따라서 나는 ‘기왕 사람이 될 바엔 작가가 되고 기왕 작가가 될 바엔 훌륭하며 유명한 작가가 되자!’ 라는 좌우명이 지금껏 나의 정신적 지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본디 떠남과 돌아옴의 방랑자 보헤미안(Bohemian) 기질이 다분하기도 했지만 여행을 자주 다녔다. 국내외로 자주다니 게 된 데는 독일의 ‘헤르만 헷세’ 시인이 크게 한 몫 기여했다. 헷세가 홀연히 한 마디 내던지고 여행을 떠난 화두(話頭).
“이 세상에서 나 만큼 구름을 더 사랑하는 사람이 있거든 나와봐라. ”
헷세는 유럽의 아름다운 산천을 마치 구름처럼 떠 다니기도 했던 시인이다. 그는 구름이 헷세를 부른다는 말을 구름의 입을 통하여 듣고 고향을 떠나 구름들이 모여 사는 이국으로 여행을 다니곤 했다.
여행을 두루 다니며 세상과 술을 만났다. 지금도 지독하게 나를 즐거우며 고독하게 만드는 이 놈(!)에 술을 만나게 된 것은 송강 선생과 예이츠 시인이다.
한 잔 먹세 그려 또 한 잔 먹세 그려/ 꽃 꺽어 산 놓고 무진무진 먹세 그려/ 이 몸 죽어지면 지게 위에 거적 덮어/ 졸라매어 지고 가나/ 화려한 상여에 만인 우러르며 가나/ 억새 속새 떡갈나무 백양 숲에 거기 곧 가면/ 누른 해 흰 달 가는 비/ 굵은 눈 소소리 바람 불제 뉘 한 잔 먹자 할 꼬/ 하물며 무덤 위 잔나비 휘파람 불 제 제 뉘우친들 어떠리/
송강(松江) 시인의 ‘장진주사’ (將進酒辭)중에서
술은 입으로 오고 / 사랑은 눈으로 오나니/ 그것이 우리가 늙어 죽기 전에/ 진리(眞理)라고 알고 있는 것 전부이다/ 나는 입에다 잔을 들고/ 그대 바라보고 한숨 짓노라
예이츠 시인의 ‘술시’중에서
세상의 술을 만나면서 ‘루소’의 ‘에밀’이란 작품속 명언으로 들어가게 된다. ‘모든 산물은 조물주의 손에서 나올 때는 선하지만 인간의 손에 들어오면 타락한다.’ 나는 결심했다. 타락한 세상을 구원하고 희망봉에 오르기 위해서는 이른바 펜의 마법사로 불리는 ‘작가’의 길을 올곧게 걸어가고자 했다.
괴에테는 작품 ‘사계(四季)’에서 이렇게 일갈한다. ‘신이여, 왜 나는 덧없이 멸하는 몸 이옵니까?’ 그러자 신은 ‘나는 오직 덧없이 멸하는 것만을 아름답게 만들었니라!’
이에 반하여 노자(老子)는 도(道)에서 이렇게 말했다.
“천하의 모두가 아름다운 것을 아름답다고 알지만 이는 추악한 것이 있기 때문이다. 모두 착한 것은 착하다고 알지만 착하지 않은 것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서로가 닿는 것이고 어려운 것과 쉬운 것은 서로가 이루어 지는 것이라 생각한다. 긴 것과 짧은 것은 서로 형체를 들어내기 때문이며 높은 것, 낮은 것은 서로가 있어야 조화를 이루고 앞과 뒤는 앞이 있어야 뒤가 따르는 법이다.”
기도와 고독의 시인 릴케는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잘못알고 마치 고독하지 않는 듯이 행동한다. 그것이 전부이다. 살아있는 존재가 아닌 살아가는 존재로써의 자리는 절실하게 인식하는 사람은 고독과 니힐의 늪에서 어떤 구원자를 갈망하면서도 또한 그 신을 부정하려는 면이 있다. 실존주의는 인간의 근원적 불안과 고독위기 의식을 깨우쳐 주었지만 거기에 대응한 처방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못한 것이 약점이다. 인간은 결코 목적을 쫒아 행동하는 사색인일 뿐 필요는 있을지언정 결코 노예의 도구가 아니라는 자각 때문에 고독해질 수밖에 없는 존재이다.”
내 인생 대부분이 허무과 고독, 바람과 방랑, 사랑과 낭만, 술과 문학인생이 주축을 이루며 살았다. 이러기까지는 보석같은 동서고금의 명언(名言)과 선현석학(先賢碩學)들의 주옥같은 어록(語錄)이 크게 좌우를 했다.
서양의 철학자 ‘로만’은 ‘결단과 결심은 쾌난도마 처럼 빠를수록 좋다‘고 했다. 짤막하면서 그 속에 담긴 깊고 넓은 철학과 사유(思惟)진리를 찾아 실천하는 것이다. 한 마디의 말이 개인의 인생을 바꾸고 나아가서는 사회, 세상을 변화시키기도 한다. 이것이 바로 약방의 감초 같은 ’명언’ 과 ‘어록’ 의 역할이다.
따라서 본 책은 동서고금의 명언과 어록들 뽑아 분야별로 수록하였다. 부디 본장에 펼쳐진 금과옥조(金科玉條) 아름다운 명언들을 통하여 바람직한 삶의 동반자로 삼았으면 한다.
대한민국 중원땅 문인산방에서
나은 길벗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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