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기행
오랜 만의 문학기행은 장거리 외유다. 전날부터 설레는 마음은 미소가 핀다. 새벽 공기를 가르고 집결지로 향하는 발걸음엔 리듬이 실린다. 집결지에서 08:30분 경 출발해 내륙강 고속도로를 타고 10:00시경에 충주 휴게소에 닿았다. 오전 내내 흐릿한 하늘은 현지에 도착할 무렵 수줍은 속살을 보이기 시작했다. 융단결 푸름은 가히 장관이다. 푸름 속에 연지로 장식한 아카시아 꽃은 맑아지는 눈길과 마음을 더 싱그럽고 향기롭게 했다.
저 만치 빈 논 한쪽에는 비닐 옷을 입은 못자리가 간결하다. 바쁜 쓰레질에 맞춰 활발한 이양기는 빈 모판을 계속 밀어낸다. 모포기가 가득 심긴 물이 자작한 논은 볼수록 뿌듯하다. 일용할 양식을 일구는 농촌은 밭에서나 논에서나 일손이 한 참 바쁜 시기이리라. 저렇듯 여러 과정을 거쳐 비지땀으로 일궈 맛있는 식단을 제공하는 농민들에 새삼 감사한 마음이다. 왜관 톨게이트를 거쳐 일반 도로로 약 이십 여분 경과 후 12:00시 경에 ‘구상 문학관’ 에 도착했다.
‘경북 칠곡군 왜관읍 왜관리’ 낙동강 가에 위치한 구상 문학관은 집결지에서 약 네 시간 소요됐다. 문학관에 앰프를 내려놓고 식당으로 향했다. 예약 된 식당에는 기다리던 그 지역 문우들이 반갑게 맞아 주었다. 한 배를 탄 우리는 낯익은 듯 환한 미소로 수인사를 나누고 가족적인 분위기에서 맛있는 점심을 먹었다. 01:30분 경 궁금하던 구상 문학관은 현대식 2층 건물이었다. 1층은 사무실과 영상실 전시실로 체계적이고 간결하게 갖춰져 있었다.
호기심은 설레는 분위기에서 영상실로 들어갔다. 문학가 재질을 모친에게서 받았다는 시세계의 대부, 구상 시인님의 가족사와 성장 과정과 작가 생활, 고인의 일대기를 담은 영상에서 저자의 시 ‘강’ 이란 육성 시를 감상했다. 약 이십 여분 동안 소중한 자료 감상은 그 중 육성 시 여운이 더 길었다. 잔잔한 여운을 안고 옆 방 전시실로 들어갔다. 일목요연하게 진열 된 귀중한 업적을 돌아보는 내내 숙연한 마음이었다.
가로 세로 아담한 진열장에 소박하게 비치된 자료들은 서예와 글쓰기에 조예가 깊었다는 모친의 사랑이 엿보였다. 소중한 자료는 부족한 글공부에 참고서였다. 약 5분 휴식 후, 2층 세미나 실에서 시낭송을 가졌다. 시의 언어에 맞은 배경 음악이 감미로운 시낭송은 침묵이 흐르는 장내를 그윽한 시향기로 흠뻑 적셔 주었다. 궁금하던 문학관에서의 시낭송, 약 한 시간 소요로 끝난 시낭송은 새로운 의미의 행복감이었다.
막간 시간 후, 김송배 선생님의 문학 강의가 있었다. 시의 언어에도 모양과 색깔과 향기를 부어 한 물체를 만들어야 한 편 시가 탄생 된다는 숙고케 하는 강의였다. 시의 언어는 ‘연금술사’ 라는 지적이 감히 가슴에 와 닿는 뜻 깊은 시간이었다. 오랜 만의 외유, ‘구상 문학관’ 문학 기행 사색은 매사 부족한 점 많아 무엇에든 목마른 허기증에 양질의 의미를 부여하는 값진 체험이었다.
전날부터 설레던 마음은 새로운 향기의 포만감 속에 사진첩 채울 추억을 몇 컷 담은 후 ‘구상 문학관’ 문학 기행은 행복감 속에 마쳤다. 하행 길에 달리는 고속버스에서 한 컷 한 컷 담은 석양, 상기된 마음은 고운 노을빛이었다. 주말을 기해 알토란 양식을 심도록 영광의 시간을 하례해 준 주최 측 문학회와, 출발 시에서부터 도착 시까지 시종일관 애 많이 쓰신 선생님들께도 감사한 마음이다.
2007. 05. 22.
원화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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