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진 시간/ 白蓮 원화윤
-삶의 본분을 되돌아보게 한
부지하세월 어두운 광 속에서 거미줄에 갇힌 글들을 토닥토닥 다독여 따뜻한 입맞춤으로 깨웠습니다. 간이 맞지 않은 글들에 조심조심 목욕재계한 합장으로 뼈를 심고 정신을 심었습니다. 사계절 색깔과 향기로 살을 붙인 시의 언어에 다양한 윤곽인 시화란 이름으로 소박한 작품집을 꾸몄습니다.
창 밖 세상으로 한 발 다가 설 수 있는 견문의 그 길, 전시회를 앞 둔 수개월 동안은 설렘 속에도 부족한 양식에 일손에도 두서가 없는 나날이었습니다. 뜻밖인 영광의 기회에 작품성도 못 되는 작품으로 자리를 준비하게 됨이 마치 백로 자리에 까마귀가 차지한 것 같은 자괴감에 갇힌 마음이었습니다.
순간순간 의식하는 존재를 되돌아보게 한 긴장감 속 개인전을 한 줌 마음으로 여몄습니다만 근 십여 일간 동안의 가슴 벅찬 울림은 색다른 깨침이었습니다. 그렇듯 분에 넘친 행복감 속에서 쥐구멍과 양지쪽을 넘나들던 작품들을 주섬주섬 정리하다 보니 식은땀이 촉촉하게 느껴지는 분신들이 그저 안쓰럽고도 대견했습니다.
달착지근한 속울음에 할딱거리던 마음은 문득 초록 색깔 물결에 안기고 싶었습니다. 각질이 일어 간질거리던 일상의 조각들은 새로운 시각의 윤활유로 윤기 나도록 씻고 싶었습니다. 생각에 잠긴 검푸름의 갈피를 넘나드는 경이로운 승무의 자태를 한 컷 한 컷 담으며 가을을 재촉하는 세우 속을 무작정 달렸습니다.
몸의 문도 마음의 문도 활짝 열린 그 쾌감, 무한 깨침의 보고서만의 특권인 거대한 운치, 가슴이 뻐근토록 안개비에 갇혀 만끽한 삼림욕, 삶의 본분을 되돌아보게 한 행운의 기회였던 부끄러운 그 자리, 새로운 달 구월 첫 날 첫 새벽, 다소곳이 일궈가는 삶 길의 삽화를 돌아보는 각오 속에 행복 비타민을 충전한 아, 값진 그 외유.
2008. 09.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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